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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인내’가 아프리카 사업 제1덕목

중앙일보 2011.04.18 00:24 경제 2면 지면보기



3억원짜리 프로젝트 14번 내도 꿈쩍 않던 그들 3년 뒤 어느날 24억원 공사 맡기더라





종합상사인 MK 인터내셔널의 정해정(56·사진) 대표는 1983년부터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요즘도 1년에 서너 달은 아프리카에서 일한다. 현장을 점검하고 정부 관계자를 만나 사업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유엔 아시아·아프리카 상공의회 의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를 제대로 봐야 한다”며 “제3자의 정보에만 기대지 말고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현지부터 방문하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기업인으로서 보는 아프리카의 매력은.



 “정직하다. 땀 흘린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 회사에선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동일한 제안서를 14번 낸 적이 있다. 그랬더니 3년 만에 발주처에서 연락이 왔다. 회사에서 제안한 규모(3억원)보다 8배쯤 큰 공사(24억원)를 맡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보통 두세 번 제안해 안 되면 포기하기 마련인데 끈기 있게 도전한 덕분이다. 그런 게 아프리카의 매력이다. 괜찮다 싶은 사업 파트너라고 판단하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일을 맡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 기업인들이 아프리카에 갖고 있는 오해가 있다면.



 “아프리카를 만만하게 본다. 막연히 자원은 풍부하고, 사업하긴 쉬울 거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일부는 ‘못 배운 사람들을 잘 꾀어 사업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진출해 사업 상대로 만나게 될 현지인들은 해외 유학파 엘리트가 많다. 또 일부 고급 소비층은 우리보다 서구 문물에 앞서 있다. 얕봐선 안 된다.”



 - 지금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경쟁국인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주춤하고 있다. 성장이 점차 둔화하는 추세다. 아프리카가 점차 개방되고 선진 문물을 경험하면서 중국의 품질·기술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또 중국인들에 대해 일자리를 새로 만들기보다 아프리카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현지인의 인식이 있다. 반중국 운동이 여러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이 호기다.”



 -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관시(關係)’를 알아야 한다고들 한다. 아프리카에서 진출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은.



 “아프리카인의 느긋함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밥을 못 먹어도 길거리에서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춘다. 그만큼 여유롭다. 한국 기업인들은 이들의 리듬을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현지인을 고용해 ‘못을 박아라’고 하면, 절반만 박고 마는 경우도 있다. 끝까지 박으라고 안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인내가 필요한 곳이다.”



김진경·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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