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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술잔에 담긴 과학

중앙일보 2011.04.18 00:15 경제 15면 지면보기



막걸리 도수 6% 맞춰 잔 크기 150∼200mL로





술잔을 ‘연탄재’ 취급해선 안 된다. 영화에서처럼 화가 치민다고 집어 던지는 소도구가 아니다. 미학·문화·생활·웰빙의 종합판이기 때문이다.



 샴페인 잔(사진1)은 두 가지 모양이다. 넓적한 것과 V자형의 뾰족한 것이다. 전자는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의 가슴을 본떠서 만들었다. 후자는 샴페인 안에 녹은 기포(이산화탄소)가 오래 보이도록 해서 청량감을 높이기 위해 고안됐다.



 레드와인의 잔(사진2)은 입을 대는 부위가 넓다. 남성적·외향적인 레드와인의 향을 굳이 집약시킬 이유가 없어서다. 반면 화이트와인의 잔은 입구가 ‘튤립’ 같다. 미묘한 향을 잔 안에 모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체로 술잔은 유리나 자기로 만든다. 금속재료는 기피한다. 산도(酸度)가 높은 술이 금속을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녹이 슬지 않는 잔은 금잔 외엔 없다.



 맥주는 주석 잔(사진3)이 존재한다. 주석에 공극(孔隙작은 구멍)이 많아 온도 보전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알코올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맥주(4∼5%)의 잔은 200mL·500mL·1000mL 짜리가 있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선 1000mL 잔이 주로 쓰인다. 뚜껑이 있는 맥주잔도 있다. 뚜껑은 기포를 오래 유지시킨다.



 술의 종류나 알코올 함량에 따라 잔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스키·소주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의 잔이 작은 것(40~50mL)은 이래서다. 이를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주종(酒種)과 관계없이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이내로 마시라고 권장한다. 이때 와인은 잔의 3분의 1 만큼을 채운 것이 한 잔이다. 와인 잔의 내부가 넓은 것은 코를 들이밀어 향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영남대 식품가공학과 이종기 교수).



 잔에 관한 한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것이 막걸리다. 사발·양재기 등에 대충 받아마셨다. 최근 막걸리가 웰빙주로 화려하게 재기하고 활발하게 수출까지 하게 되면서 전용 잔의 필요성이 커졌다. 우리 문화에 생소한 외국인에게 양재기째로 마시라고 할 수는 없어서다.



 그래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공모전을 거쳐 16가지 막걸리 잔(사진4, 5)을 탄생시켰다. 잔의 용적은 150∼200mL로 정해졌다. 막걸리의 알코올 함량(6%)을 고려한 크기다. 고급은 작은 잔, 대중적인 제품은 큰 잔이 어울린다고 공모전 심사위원인 ‘반 크라프트’ 정은 대표는 말한다. 심사위원인 레알여성외과 권오중 원장도 “막걸리를 전용 잔으로 2잔 가량 마시면 HDL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많이 올라간다”고 거들었다.



 잔의 재질로는 유리·스테인리스·나무·도자기 등이 모두 사용됐다. 이왕 만들었으니 가능하면 술잔은 규격화하는 것이 좋다. 잔의 연상 작용으로 술맛은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막걸리 잔의 창조가 지난해 1910만 달러어치를 수출해 전년(628만 달러)보다 3배가량 늘어난 막걸리의 세계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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