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뱅크에 있다 주인 바뀌며 철거
노조위원장이 집 마당에 보관
현대중공업이 인수 후 다시 세워
김태경 현대오일뱅크 노조위원장이 9년 만에 다시 세운 사훈 비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옛 현대그룹의 사훈을 새겼던 돌 비석이 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충남 서산시 대산읍)에서 철거된 지 9년 만에 다시 세워졌다. 새로 만든 게 아니라 2002년 철거했던 바로 그 사훈석이다. 오일뱅크가 한때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면서 사라졌다가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한 것을 계기로 제자리에 돌아온 것.
16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이 회사는 김태경(50) 노조위원장이 집 마당에 보관해 오던 사훈석을 지난주 대산 공장 본관 앞마당으로 옮겼다. 사훈석은 폭 2m, 높이 1m, 둘레 5.7m에 무게 6t짜리로 ‘근면·검소·친애’라는 사훈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 이 사훈석은 1997년 옛 현대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세워진 것이었다. 그러다 외환위기로 인해 현대오일뱅크의 주인이 외국계 자본으로 바뀌면서 2002년 철거됐다.
김 위원장은 “철거작업을 보자 왠지 가슴이 아파 버리지 말라고 부탁하고는 집에 갖다 놓았다”고 말했다. 대형 크레인까지 불러와야 했던 바람에 당시 자기 돈 150만원을 들였다. 먼지가 끼면 닦아 주고 겨울에는 천으로 덮어 보호했다.
시간이 흘러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이 오일뱅크를 인수하게 됐다. 인수 기념행사에서 김 위원장은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에게 사훈 액자를 전하는 것을 봤다. 액자의 사훈이 비석의 것과 똑같다는 것을 알고는 이를 다른 임원에게 알렸고, 결국 다시 세우게 됐다.
권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