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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진료 수익으론 한계 … 연구중심으로 변해야 산다”

중앙일보 2011.04.18 00:04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와이드 인터뷰] 병원개혁 중심에 나선 선경 고대안암병원 교수



선경 교수는 임상 교수 중 처음 복지부 고위 공무원에 선임됐다. 연간 의료 관련 연구비 2500억 원이 그의 손에서 재분배된다. [고대안암병원제공]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기본계획’ 최종안을 전격 발표했다. 1차병원(의원급)은 진료중심, 2차병원(중소병원급)은 전문병원, 3차병원(대학병원급)은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토록 하는 게 골자다. 관련된 예산도 수천억원 배정됐다. 이에 모든 대학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가기 위해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연구중심병원 체제는 산학협력의 수익 창출로 병원의 수익구조가 다원화하고, 재무구조가 안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료비 부담이 낮아지고, 국부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병원 개혁의 중심에 선경(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집행위원회 TF팀 핵심 멤버(민간위원 대표)로 지난 2년여 동안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최근엔 보건복지부의 연구개발비를 관리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 진흥본부장도 맡았다. 의대 임상교수로는 국내 처음. 매년 의학 연구에 쏟아붓는 국가 연구비 2500억원이 그의 손을 거쳐 집행된다. 선경 교수에게 연구중심병원의 의의와 의료 R&D 투자 방향에 대해 들었다.



-일반인에게 연구중심병원은 생소하다.



 “많은 사람이 보건의료산업이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지금 보건의료 분야의 연구는 절름발이다. 대부분 공대 쪽에서 제품을 개발하는데, 실제 사용하는 의사·간호사에게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될 때가 많다. 이제 대학병원은 본연의 업무인 연구에 집중해 보건의료산업의 핵심이 돼야 한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개발한 장비와 약이 훨씬 임상에서 쓰임새가 클 것이다. 엄청난 국부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외국 유명 대학병원은 산학협력으로 진료 수입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대학병원이 진료 중심에서 벗어나 연구중심병원으로 체질 개선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연구중심병원 선정에서 특정 대형병원만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이전 선도형 연구중심병원과 차별점은 뭔가.



 “선도형 연구중심병원과는 완전히 다르다. 선도형은 질환별로 연구 과제를 주고 연구비를 지원했다. 연구중심병원의 지원 방식은 전혀 다르다. 현재 구체적인 안을 준비하고 있다. 병원들은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동안 진료 수입이 줄 수 있다. 산학협력에 의한 수익 창출은 몇 년, 또는 몇십 년 뒤에 나타날 수 있다. 정부 지원금은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구조조정 비용을 보전해 주는 형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몇몇 특정 병원에만 지원금이 집중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다.”



 -진료로 수익을 얻는 시대는 끝났나.



 “그렇다. 2015년이면 외래 환자 수가 줄고, 2018년이면 인구 자체가 줄어 병상이 남아돌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도 OECD 국가 중 병상 수가 가장 많다. 경쟁하듯 병상 수를 늘리고 비싼 치료기기를 들여와 진료 수익을 늘리려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해 산학협력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병원은 여력이 없다. 규제도 많고 구조조정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줄탁동기(啐啄同機)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부화할 때 알 안과 밖에서 부리로 쪼아야 알을 깰 수 있다. 정부는 대학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최소한의 지원금을 줄 것이다. 병원도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현직 임상 교수인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 본부장에 선임됐다. 이례적이다.



 “지난해 8월 선임됐다. 주요 업무는 보건·의료와 관계된 국책 연구비를 나눠주는 일이다.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감염병 대응 기술개발·의료기기 육성·임상의과학자 양성·항암신약개발 등에 총 25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R&D 본부장으로서 공정하게 연구비를 배분하는 데 고심했겠다.



 “그렇다. 과제를 심사할 때 위원회를 구성한다. 이때 해당 연구를 잘 아는 사람을 위원으로 추대하면 학연 등의 친분관계가 있고, 공정성을 높이자니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배정돼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만든 시스템이 ‘e-R&D 전산시스템’이다. 평가를 받는 연구자와 관련된 키워드를 입력하면 수백 명의 평가자가 추출된다. 그 다음 해당 연구자와 가장 큰 상관관계 점수가 나온 사람부터 제외해 나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공정한 심사위원을 추대하는 장점이 있다.”



 







-보건의료 연구의 꽃이라 불리는 인공장기 개발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인공장기센터 소장도 맡고 있는데.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심장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게 계기가 돼 2002년부터 복지부 지원으로 한국인공장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형 인공심장 이식 성공, 세계 최초 박동식 생명 구조장치 개발 및 상용화 성공, 초소형 심실 보조장치 개발 등이 대표적인 연구 성과다. 최근에는 휴대형 인공신장·인공 간·의료용 로봇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흉부외과 의사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의과대학에서 심장 수술을 의뢰한다고 들었다.



 “협심증·심근경색증을 치료할 때 왼쪽 앞가슴을 세로로 조금 열어 중요한 혈관만 연결하고 나머지 혈관은 내과 의사가 스텐트로 해결하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흉터와 수술시간·합병증이 적다. 그동안 100여 건 이상 수술로 좋은 결과를 보여 여러 번 학회에 소개됐다. 중국 베이징대 교수 한 분이 내 수술법을 눈여겨봤다가 나를 초청했다. 결과가 좋아 여러 병원에서 또 수술 요청이 왔다. 다음달에도 중국에서 두 건의 수술이 예정돼 있다.”



배지영 기자



☞연구중심병원=첨단 의료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함으로써 보건의료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병원을 말한다. 연구중심병원은 진료 중심인 일반 병원과 달리 병원 내 인력 상당수가 연구 업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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