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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창의력 기르는 미술 공부

중앙일보 2011.04.13 23:34



상상의 날개 활짝 펴 만화캐릭터 밑그림 색칠해봐요







만화라고 하면 학부모는 흔히 자녀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로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는 만화캐릭터는 훌륭한 수업교재가 되기도 한다. 경기도 성남 중부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옥상헌 교사의 독창적인 미술수업현장을 찾았다.



 8일 오후 5학년 4반 교실. 미술수업이 한창이다. 칠판에 적힌 오늘의 수업주제는 ‘내 입술 예쁘니’. 만들게 될 소품은 만화캐릭터를 활용한 ‘입술부채’다. 입술 모양을 동그랗게 오려낸 캐릭터를 개성있게 꾸민 뒤 나무젓가락으로 손잡이를 부착하면 완성된다. 간단한 작업이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뜨겁다. 부채를 가면처럼 얼굴에 쓰고 입술을 주욱 내밀면 귀여운 캐릭터가 갑자기 괴상한 모습으로 돌변한다.



 선생님이 나눠준 밑그림의 모양은 똑같지만 학생들의 완성작은 모두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손한별 양의 캐릭터는 눈 아래 검은 다크서클이 가득하다. 손양은 “중학생이 됐을 때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렸다”며 “엄청난 공부량에 치어 허덕이는 표정에 다크서클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임수현양은 눈가 전체를 둘러진한 아이라이너를 그렸다. “카리스마 있어 보여서 좋잖아요?” 양 볼에 홍조가 가득한 캐릭터부터 옷 전체에 별무늬가 가득한 캐릭터까지 아이들은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에 열심이다.



 입술부채 뿐 아니다. 옥 교사의 교실에는 만화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교구가 가득하다. 독서기록판의 첫 시작선에 붙어있는 캐릭터는 원시인이다. 책을 차곡차곡 읽어갈수록 인간모습의 캐릭터에 가까워지게 된다. 모둠별 활동상황을 기록하는 모둠판은 ‘해님달님’의 이미지를 빌려왔다. 남매를 잡아먹을 듯한 호랑이캐릭터 앞에 서서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바라보는 남매의 시선은 안타깝지만 웃음을 자아낸다. 옥 교사는 “평범한 교구를 사용할 때보다 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한다”고 캐릭터를 활용한 교구의 장점을 설명했다.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만화캐릭터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쉽게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옥 교사는 “커다란 어항을 하나 그려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라 권유하면 놀랄만큼 창의적인 작품이 쏟아져나온다”고 말했다. 자신을 큰 물고기로 묘사하는 아이는 물풀 속에 숨어있는 작은 물고기로 자신을 묘사한 아이보다 적극적이고 대범한 경우가 많다. 깜짝 놀라는 모습의 캐릭터를 제시한 뒤 ‘무엇을 보고 놀랐을까?’식의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아이들의 평소 생각을 알아보기 쉬운 재미있는 아이템이다. 옥 교사는 이러한 경험을 모아 최근 만화 교단일기 『옥이샘의 교실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옥 교사는 “만화캐릭터뿐 아니라 현대미술을 초등학생 수준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변형한 다양한 미술작업도 시도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 주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학교 생활을 꾸려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내 입술 예뻐요?” 성남 중부초 5학년 4반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입술부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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