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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재난 시 집단사망자는 누가 처리하나

중앙일보 2011.04.13 20:05 종합 33면 지면보기






안우환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




일본에서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극명하게 보여주었듯이 재난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예고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간다. 우리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수차례에 걸쳐 집단사망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



 중앙사고대책본부 예하 보건복지부의 사고대책지원반은 의료지원반과 장례지원반으로 구성돼 있다. 장례지원반에선 장례지도사가 주축이 돼 집단사망자 시신 처리, 유족 지원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장례지도사는 누구보다 책임의식이 강하고 시신에 대한 존경심과 처리기술이 우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건위생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집단사망자는 신원 식별 기간이 길어 훼손상태가 심하며 재해의 유형에 따라 원형보존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시신의 염습이나 훼손 부위를 회복하는 기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염병에 의한 집단사망자인 경우엔 생명의 위험을 느끼면서 시신을 처리해야 하는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장례지도사는 연간 약 500명이 배출되며 대학원 2개, 대학교 2개, 전문대학 4개의 교육기관을 비롯해 종교단체, 법인체 등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 민간단체의 자격시험을 거쳐 민간자격증을 발급받고 있다. 문제는 민간자격증이 아무런 제한 없이 발급돼 수급상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으며 자격증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례지도사 인력관리시스템의 부재로 다른 업무에 비해 근무여건이나 환경이 열악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장례지도사는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국가면허시험 합격자에 한해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취득 후 1~2년의 수습과정을 거쳐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1~2년마다 일정한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면허증이 갱신되지 않아 현장근무가 불가하다. 그만큼 장례지도사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를 법제화해 국가가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국가자격법 제11조에 의하면 국민의 생명, 재산과 관련되는 자격은 국가자격으로 관리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재해 발생 시 장례지도사에게 집단사망자 처리의 역할을 맡기려면 장례지도사 자격을 선진국과 같이 국가가 직접 관리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안우환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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