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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꿈꾸는 광끼 천재, 앱 시장에서 '감동설계'로 사고 치다

중앙일보 2011.04.13 09:13
"남은 일생 동안 설탕물이나 팔면서 살 겁니까?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꾸실 겁니까?"



스티브 잡스는 펩시콜라 사장이던 존 스컬리에게 애플 영입을 제안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 신생 회사로 뛰어드는 건 스컬리에게 모험이었다.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컬리는 이 말을 듣고 애플로 직행했다.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잡스의 존재감은 단순히 애플 컴퓨터나 아이폰 같은 '제품' 그 이상이다. 그는 제품이, 콘텐트가, 방식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고민한다. '인간 영혼에 영감을 주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 감성과 비전을 담은 철학은 애플을 지금 위치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 됐다.



한국에도 잡스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을까. 최근 앱스토어 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가 잡스에 비견되고 있다.



출시된 지 하루 만에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포도트리(podo tree)'. 이름이 낯설다. 카카오톡으로 대박을 친 김범수(46•NHN 공동창업자)씨와 NHN 마케팅센터장 출신 이진수(39)전 카카오 부사장이 대표를 맡아 지난해 설립한 업체다. 카카오에 이어 NHN 출신들이 만든 '김범수표 2호 벤처기업'이다.





◇출시 하루만에 1위=포도트리가 지난달 28일 앱스토어에 내놓은 영어 어휘학습 앱 '슈퍼 0.99'는 출시된 지 만 하루 만에 유료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대박이다. 토익과 토플• SAT 등의 영어 단어를 퀴즈로 즐겁게 공부하는 방식이다.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학습법이다. 0.99달러라는 최저가 전략도 먹혀들고 있다.



게임도 많고 엔터테인먼트도 많은데 왜 하필 영어 학습 앱일까. 이진수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에 다닐 때 싹수가 노랬다. 편집증 증세를 보일 정도로 두가지만 팠기 때문이다. 하나는 영영사전을 펼쳐들고 하루 100단어씩 외우며 영단어에 미쳤다 .그래서 카투사 복무 시절에는 ‘워킹 딕셔너리(Walking Dictionary)’라는 별명도 얻었다. 다른 하나는 컨설팅 동아리 회장으로서 새로운 트렌드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두 분야 모두 맘에 드는 교재가 없어 거의 1000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직접 만들어 공부했습니다. 졸업할 때 즈음엔 영어 교육 아이템으로 튼튼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게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앱시장의 스티브 잡스를 꿈꾼다=이 대표는 “포도트리를 단순히 앱 개발 업체로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살아 숨쉬는 창조적 콘텐트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겠다는 도전 목표를 봐 주십시오. 새롭고 놀라운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알고 있고 원하고는 있지만 아직 현실 속에 구체화 되지 않은 아이템에 주목한다는 것이죠. ‘와우(Wow)!’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재미있어 안하고는 못 버티는 앱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직접 몸으로 뛰기, 항상 새로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포기하지 않기, 소비자 눈 높이에 맞추기 등 애플 경영 철학과 참 많이 닮았다. 그는 대학 졸업 후 P&G에서 1년 간 일하다 프리챌로 뛰어들어 웹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NHN에서 미국법인 전략 • 마케팅 담당, 마케팅센터장 등으로 6년간 일했다. 포도트리 이진영, 차상훈 이사는 서울대, 프리챌과 NHN 시절 사업을 함께 구상하던 오랜 동지다.

“웹에서 콘텐트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사업을 시작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누가 상품을 어떻게 만들면 대박나겠다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유통과 해외진출, 보안에 소요되는 비용 등 장애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폰과 앱스토어는 그야말로 신천지였다. "모바일 환경은 마케팅 비용이 줄고 킬러콘텐트 해외 유통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위인전을 디지털 만화로 보는 ‘세계인물학습만화 후(who)?’ 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티브 잡스•오프라 윈프리•김대중 전 대통령 등 현실감이 있는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장난감 강아지를 자유롭게 조립하는 ‘큐브독(Cube dog)’,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 3D 입체감과 터치기반의 양방향성을 가미한 앱도 조만간 선보인다.



"앱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감동할지에 대한 설계도가 완벽하게 그려져야 합니다. 수많은 개발사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감동을 줄 정도로는 잘 못하면서 카피만 해대기 때문입니다.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사용자의 감동입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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