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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점당 6만원 등록금 내가 낸 아이디어지만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중앙일보 2011.04.13 01:52 종합 1면 지면보기



국회 간 서남표 KAIST 총장 “징벌적 등록금제 폐지할 것”
“KAIST 총장 퇴진 거부하나” 의원 질문에 서남표 “그렇게 봐도 된다”



서남표 KAIST총장이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있다. [김형수 기자]













최근 네 명의 학생과 한 명의 교수가 자살해 학내에 큰 동요가 일고 있는 KAIST의 서남표(사진) 총장이 12일 국회에 ‘소환’됐다. 이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회의에 출석한 서 총장은 ‘징벌적 등록금제’를 폐지하고 ‘100% 영어수업’ 방침도 완화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총장직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에서 의원들의 퇴진 요구를 받았으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며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다음은 주요 문답 .



 ▶민주당 안민석 의원=고스톱 모르나.



 ▶서 총장=모르겠다.



 ▶안 의원=징벌적 수업료를 0.01점당 6만원씩 부과하는 고스톱식 제도는 누구 아이디어인가.



 (KAIST는 학점 4.3점 만점 중 3.0에 미달한 학생에게 0.01점당 6만원가량의 등록금을 부과해 왔다.)



 ▶서 총장=내가 냈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취임후 잘했다는 건가, 못했다는 건가.



 ▶서 총장=잘했다고 본다.



 ▶김 의원=잘했으면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서 총장=잘했지만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영어로만 교육하는 게 최고인가.



 ▶서 총장=다 영어로 한 것은 아니다. 체육 이런 것은 영어로 안 한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사퇴할 생각은 없나.



 ▶서 총장=지적 사항을 겸허히 수용해 개선하겠다.



 ▶안민석 의원=퇴진을 거부하나.



 ▶서 총장=그렇게 보고 싶으면 그렇게 봐도 된다.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사퇴 안 하 는 이유는.



 ▶서 총장=일 시작한 걸 어느 정도 마치고 그만두는 것이 옳다.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총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느니, 이런 정치적 접근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징벌적 등록금제를 폐지하면) 학점이 어떻게 되든 수업료 안 내나.



▶서 총장=옛날 식으로 돌아가는 거다.



이날 교과위에서는 여당 의원들도 서남표 총장을 매섭게 질타했다.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5일 서 총장이 ‘미국 명문대는 자살률이 더 높다’는 발언을 했다. 적절한 발언이라 생각하나.



 ▶서 총장=제가 잘못했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영어로 전면 강의하고 징벌적 수업료 제도를 도입하면 영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늘어나리란 것을 아나.



 ▶서 총장=알고 있다.



 ▶권 의원=그런 아이들을 위해 사후 대책은 취했나. 상담센터를 잘 운영하고 있나.



 ▶서 총장=상담센터도 운영하고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병원도 세웠다.



 ▶권 의원=거짓말이다. KAIST 상담센터 전화번호를 대봐라.



 ▶서 총장=전화번호가 바뀌었다.



 ▶권 의원=(내가 해봤더니) 결번으로 나온다. 바뀐 지가 언제인데 결번으로 나오나. 예산도 2007년까지만 편성됐다. 학생들을 위한 예산 편성을 안 했다는 거다.



 권 의원은 “서 총장이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한 데 대해 “자리에 너무 연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자세론 사태 수습이 안 될 것 같아 걱정이다”라는 말도 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총장님은 그 정책이 옳았다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맞다.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이 총장 재임 중에 5명이나 떠났는데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소속 유성엽 의원=경쟁 입찰한 기업체로부터 기부금 58억원을 받았다.



 ▶서 총장=제가 책임을 지겠지만 전에 있던 부총장이 저한테 보고한 거를 받아들인 거다.



 ▶유 의원=기부금 실적에 매달려서 무리하게 위법을 저지른 것 아닌가.



 ▶서 총장=저희는 그런 것(위법)을 하라고 한 적도 없고….



 서 총장이 거취 문제나 학사정책에 대해 원칙적으론 잘못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일부 의원은 답변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학생들이 총장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국회에서 대화를 해도 느낌이 없다. 총장은 자기 입장만 설명한다.



 ▶서 총장=제 잘못이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 서 총장이 메모를 보자) 읽지 말고 총장 의견을 말해 달라.



 ▶서 총장=제가 말을 잘 못해서 그렇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제자들의 죽음에 애도의 표시를 해야 하는데 총장이 (‘근조’ 리본도 달지 않고) 대한민국 정서를 모르는 것 같다. 국회에서 이 정도로 하면 한국적 정서로는 ‘일을 수습하고 난 다음 사퇴를 적극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해야 한다. 임기를 마치고 싶으신 모양이다.



 ▶서 총장=두고 봐야죠.



 서 총장은 자신의 개혁안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이 “총장이 하는 것은 똑같은데 한때 극찬을 받다 지금 매도를 당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서 총장은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서 총장은 “저는 정말 학생들을 사랑한다. 자꾸 ‘경쟁’ ‘징벌’이라고 이름을 붙이니 굉장히 나빠 보이는데 학생들이 학교에 정신을 쏟을 수 있도록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서 총장은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이 “자식을 잃은 부모님 중 왜 못 만난 분이 있느냐”는 물음에 “학교에서 보직하는 분들이 제가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안 갔다. 부모님들이 안정된 다음에…”라고 답했다. 그러자 서 의원은 “그것이야말로 총장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글=백일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스스로 죽는 나약함은 이겨다오” 이재규 KAIST 교수 자작시



사랑하는 제자들아



죽을 각오로 공부하되



스스로 죽는 나약함은 이겨다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잃는 것이 가장 두렵다.



그 사랑 때문에 죽고 싶던 마음조차



살아야 할 이유가 되지 않겠니.



세상이 모두



너를 사랑하지는 않을지라도



너를 사랑하는 단 한 사람.



그 얼굴이 있어 네 입가에 미소 짓기를.



(중략)



참 교육은 정제된 지식을 배우는 것 만큼



네 뜻과 상관없이 다가온



삶의 무게를 견디는 것도 포함한단다.



수업에서 머리로 배워라.



그리고 삶에서는 가슴으로 배워라.



오늘 하루가 네 배움터이다.



네 주변에 너를 사랑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혹 아무도 없거든 내게 오너라.



나를 본 적 없어도 네가 내 제자이기에



운명적으로 너를 이미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 아들 딸들아.













KAIST 경영대 이재규(60·사진) 교수가 12일 전 학생에게 자작시를 e-메일로 보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정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교수는 “더 이상 목숨을 끊는 학생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벽에 시를 썼다”고 말했다. 2002년 등단한 이 교수는 시집 『너는 나의 시인이라』를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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