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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예산안 항의 도로 점거 집회 … 워싱턴 시장, 보석금 내고 풀려나

중앙일보 2011.04.13 01:44 종합 2면 지면보기



불법에 예외없는 미국 공권력
2009년엔 시위 하원의원 5명 체포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DC 시장이 11일(현지시간) 의사당 앞 도로에서 연방 예산안 합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도로 점거와 불법 집회 혐의로 체포되고 있다. 경찰은 대로상에서 그레이 시장의 두 팔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뒤 호주머니를 뒤져 소지품을 압수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이 11일(현지시간) 불법 집회를 벌인 혐의로 대로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 체포됐다. 집권 민주당 소속인 이들은 경찰 조사를 다 받고 보석금을 낸 뒤 다음 날 오전 1시가 넘어서야 풀려났다. 체포된 뒤 7시간 만이다. 법을 어기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격하게 공권력을 집행하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 시장과 콰미 브라운 의장 등 시의회 의원 6명을 포함한 200여 명은 이날 연방정부의 예산안 합의에 반발해 워싱턴 의사당 앞 도로에서 30분간 연좌농성을 했다. 출동한 의회 경찰은 이 중 그레이 시장 등 41명을 도로 점거와 불법 집회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그레이 시장의 양 손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뒤 주머니를 뒤져 소지품을 압수하기까지 했다. 그 뒤 의회 경찰서에 연행해 조사했다. 시장 등은 체포·연행에 순순히 응했다.



 그레이 시장은 50달러(약 5만5000원)의 보석금을 낸 뒤 풀려났다. 그는 앞으로 불법 집회 혐의를 받아들여 벌금을 내거나 법원에 무죄를 주장하는 소송을 낼 수 있다. 그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경우 그가 임명한 워싱턴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국가 측의 법적 대리인으로 재판에서 맞서게 돼 이해 충돌이 우려된다.



 그레이 시장 등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지난 8일 밤 존 베이너(John Boehner·공화당) 하원의장과 해리 리드(Harry Reid·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합의한 연방 예산안을 성토하기 위해 모였다. 합의된 연방 예산안에 따르면 워싱턴은 시 예산으로 저소득 여성의 낙태 시술을 지원하지 못한다. 워싱턴은 대통령 직할이어서 다른 시나 주들과 달리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없고 연방 의회의 의결을 필요로 한다.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는 공권력이 살아 있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사법권이 엄정하게 지켜진다. 2009년 4월에는 민주당 실세 존 루이스 등 5명의 하원의원이 워싱턴의 수단대사관 앞에서 수단 정부의 국제구호단체 추방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경찰 저지선(폴리스라인)을 넘자 즉각 경찰이 수갑을 채워 체포·구금했다. 이들도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항의하지 않았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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