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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이미 리콜한 벤츠, 한국선 “최소 한 달 기다려라”

중앙일보 2011.04.13 01:43 종합 2면 지면보기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달 1일 벤츠에서 생산하는 프리미엄 SUV인 M클래스 13만7000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정속 주행장치인 크루즈 컨트롤이 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자동으로 해제돼야 하는데 오작동이 생긴다는 이유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즉각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NHTSA는 밝혔다. 리콜 대상은 2000~2002년 생산된 M클래스와 2000~2004년 M클래스AMG 모델. 뉴욕 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벤츠의 미국 법인도 지난해 9월부터 문제를 조사해 왔고, 이번에 자발적 리콜을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당국과 업체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수입차 늑장 리콜 … 고객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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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런 대접은 국내 소비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미국에서 발표한 리콜 사실에 대해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12일 “국내에 해당 차종이 몇 대인지 파악하는 데만 적어도 한 달 이상 걸린다”고 답했다. 자동차 리콜 명령권을 가진 국토해양부와 차량 결함을 조사하는 국토부 산하 자동차성능연구소도 벤츠코리아의 자료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해외 현지에선 서둘러 리콜하면서도 한국에선 최소 한 달, 길게는 1년이 지나 늑장 리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수입차 10만 대 돌파가 예상되지만 국내 소비자를 위한 수입차 서비스는 크게 떨어진다. 수입차를 타는 황영선(40)씨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은 차를 팔면서 국내 수입업체는 왜 이리 무신경한가”고 비판했다. 수입차 업체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해외 본사와 리콜 정보 공유가 잘 되기도 하지만 일부 수입업체 중에는 알고도 공개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렉서스 ES350의 경우 운전석 바닥 매트가 가속 페달에 걸리는 문제로 2009년 10월 초 미국에서 리콜됐으나 똑같은 문제에 대해 한국은 6개월 지난 지난해 4월 리콜했다. 푸조의 307·308·407은 브레이크 결함으로 지난해 12월 16일 리콜됐으나 국내는 올해 2월 27일 리콜이 발표됐다. BMW의 X5는 지난해 10월 26일 시동 결함으로 미국에서 리콜됐으나 국내는 한 달 뒤에 발표됐다.



 이처럼 리콜 시차가 생기는 데는 제도적 허점과 당국의 정보 부족이 문제다. 미국이나 유럽·일본의 리콜 정보가 나온 뒤 조사에 들어가거나 해당 업체에 확인하기 때문에 국내 리콜은 항상 뒷북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수입차 업체가 해외에서 실시한 리콜을 국토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문제도 있다.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김용원 사무관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의원 입법 형태로 관련 조항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태섭 변호사는 “수입차 업체들이 해외 관계당국의 조사와 리콜 사실을 알고도 이를 국내 소비자와 당국에 알리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손배배상 책임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항공기 사고 정보를 즉시 공유하는 국제협약이 있듯이 국토해양부나 자동차성능연구소가 인력 부족만 탓하지 말고 NHTSA 같은 해외 기관과 정보 공유 제도를 맺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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