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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잠실 개발 신화’ 삼부토건도 ‘PF의 저주’

중앙일보 2011.04.13 01:29 종합 6면 지면보기



법정관리 전격 신청 파문



삼부토건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를 하루 앞둔 12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1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창동 본사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였다. [뉴시스]





1948년 설립된 삼부토건은 65년 국내 토목건축공사업 제1호 면허를 취득한 국내 건설업계의 산증인이다. 지난해 건설업계 시공능력 순위 34위다. 60~70년대 각종 국내 공사에 참여하며 한때 건설업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 충북 옥산~현도(21.3㎞), 경북 봉산~금천(16.2㎞) 구간의 공사를 맡았고, 현대건설·대림산업과 함께 경인고속도로도 만들었다. 70년대 초에 시작된 잠실개발사업은 삼부토건의 기반을 닦아준 공사로 꼽힌다.



이런 회사가 갑자기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진행한 주택사업 때문이다. 이 회사는 서울 서초구에 최고급 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동양건설산업 등과 함께 벌였다. 헌인가구단지로 알려진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일원에 단독주택 83가구, 타운하우스 236가구와 근린상가를 신축·분양하는 이 사업은 이달 중 착공해 2013년 2월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건설경기 악화와 PF 부실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다.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12일 오후 2시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선 우리은행 등 대주단과 삼부토건·동양건설산업 관계자들이 마주 앉아 4270억원 규모의 PF 대출 연장을 논의했다.



회의는 처음부터 삐걱댔다. 대주단은 대출 연장 조건으로 담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특히 두 회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증권사들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두 건설사의 반응도 달랐다. 삼부토건이 서울 강남에 있는 르네상스서울호텔 등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동양건설은 아예 담보 제공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날 무렵인 오후 3시쯤 삼부토건이 신청한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서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됐다.



 두 시간 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금융권이 뒤집어졌다. 대주단에 참여한 은행·증권사 관계자들은 “30분 전에도 건설사들과 대출 연장을 협의했다. 건설사의 이중 플레이에 또다시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명을 질렀다. PF 대주단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삼부토건에 751억원의 대출을 내준 농협도 “주채권 은행에 알리지도 않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했다.



 CP 투자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부토건은 지난달 25일 60억원어치의 CP를 발행하는 등 이날까지 모두 727억원어치의 CP를 발행했다. 모두 법정관리 신청 직전인 지난달에 발행됐다. 최근 LIG건설 사태처럼 CP를 판매한 증권사들을 상대로 투자자의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나현철·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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