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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권 노사개입 지나치다

중앙일보 2011.04.13 00:17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정치권의 개별기업 노사 문제에 대한 현장 개입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일부 정치권은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 복귀, 전북 지역 버스 복수노조 설립 등의 문제에 대해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와 삼성전자 근로자 백혈병 진단과 관련한 산재소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을 방문,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지지하더니 이제 진상 규명을 빌미로 문제를 국회로 끌어들이려 한다.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야당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정치인이 개별기업의 노사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그들이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분규사업장 노조를 방문, 해결을 약속하는 등의 행위가 근로자들의 막연한 기대감만 키워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문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을 둘러싼 분규사태나 1998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당시에도 정치인들의 현장 개입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악화시켰을 뿐이다. 정치인들이 다녀갈 때마다 노조의 투쟁은 더욱 극렬해졌고, 사태 장기화를 초래했다. 오죽하면 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인들의 현장 개입에 유감을 표명했겠는가.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장들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법률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거나 경영여건이 나아지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두고 노동계가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적법도급이냐 불법파견이냐 여부를 두고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온 이후 그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을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이 생계를 포기한 채 투쟁에 매달리도록 부추기는 것이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반문하고 싶다.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의 경우는 경영상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 올해 5월이면 수주 잔량이 완전 소진되는 한진중공업의 경우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분규 현장을 수시로 방문, 지지를 표명하는 등의 행위가 사태 장기화를 초래하고 있다. 지금 한진중공업 노사에 필요한 것은 회사의 회생과 해고자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데 노와 사, 그리고 정치인 등 각계가 힘을 모으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역시 생산물량 부족으로 사실상 적자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급휴직자를 무조건 업무에 복귀시키라는 것은 어렵게 이어 가고 있는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며, 남은 근로자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이 개별기업 현장의 노사 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노조의 기대감을 부풀려 불법투쟁과 분규의 장기화만을 초래할 뿐이다. 아울러 기업인에게 엄청난 압박을 주게 되고, 현장에서 문제만 생기면 노동조합이 국회로 몰려가는 현상이 생길 것은 자명하다. 야당 내에 이러한 진실을 잘 알고 있는 정치인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들의 의견이 표출되고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야당 내에서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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