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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들이 왜 와인 비즈니스 할까 … “땅을 잘 알아야 고수” 닮은꼴

중앙일보 2011.04.13 00:17 경제 2면 지면보기
11일 끝난 마스터스 대회, 타이거 우즈의 13일 방한, 어니 엘스의 이달 말 방한을 앞두고 골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 프로골프 선수들은 유달리 와인과 인연이 깊다. 와인 마시는 것을 좋아할 뿐 아니라 직접 와인 비즈니스에 뛰어든 선수들이 다른 분야 스포츠 선수들보다 훨씬 많다. 그레그 노먼,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닉 팔도 등이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를 직접 보유하고 있거나, 유명 와이너리와 제휴해 와인을 내놓고 있다.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 루크 도널드처럼 현재 투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현역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적인 프로골프 선수들과 와인 비즈니스의 함수 관계를 살펴봤다.


[스페셜 리포트]
잭 니클라우스 빈티지 와인 지난해 출시되자마자 매진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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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우즈가 14일 국내 골프팬 레슨차 찾을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장은 그레그 노먼이 설계했다. 노먼은 1998년 직접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매년 20만 상자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노먼은 원래부터 자신의 저택에 무려 3500병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와인 매니어. 그의 와이너리는 호주 남쪽 쿠나와라의 해안가 야라밸리에 있다. ‘그레그 노먼 카베르네 메를로 1996’은 세계적인 와인잡지 ‘와인스펙테이터’로부터 91점을, ‘그레그 노먼 샤르도네 1998’은 88점을 받을 정도로 안정적인 품질의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 프로골프 선수들에게 인기 있는 ‘페폴리’ 와인. 페폴리는 미국 페블비치 컨트리클럽에 있는 레스토랑 이름이다.



 인천 송도에 최근 문을 연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을 설계한 잭 니클라우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을 지난해 처음으로 출시했다. 첫 빈티지 와인은 출시되자마자 다 팔렸다. 국내엔 지난달부터 들어왔는데, 출시 한 달 만에 한 병당 소비자가격 15만원짜리가 30박스(한 박스당 12병) 넘게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은 다음 달 그가 방한하면 그가 생산한 첫 와인 12병에 사인을 받겠다며 잭 니클라우스 2007년산 한 박스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고향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직접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어니 엘스는 바쁜 투어 일정에도 불구하고 매년 3월 포도 수확철에는 꼭 와이너리에 있으려고 할 정도다. 처음 이 사업에 발을 들여놓을 당시엔 와인을 전혀 마시지 않고 맥주만 즐겼다. 대신 아내 리슬이 와인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엘스 부부의 친구인 장 엥겔브레히트가 남아공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업자 중 한 명이었다. 엘스 부부는 엥겔브레히트에게 “함께 와인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닉 팔도의 와인사업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골프대회 때문에 호주를 방문한 그는 우연히 호주 쿠나와라 지역의 카트눅 포도원을 방문하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러곤 카트눅 와인을 생산하는 윙가라 그룹과 포도 수확에서부터 양조 과정에까지 모두 관여하는 조건으로 와인사업을 벌였다. 안니카 소렌스탐도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캘리포니아 웬테 포도농장 근처에 그레그 노먼과 함께 골프 코스를 공동 설계하다가 이 와이너리와 제휴를 맺고 와인사업에 뛰어들었다.



 김혜주(알덴테북스 대표) 와인칼럼니스트는 와인사업을 펴는 프로골퍼들이 유달리 많은 데 대해 “골프라는 운동과 와인 제조 간에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연친화적인 데다 테루와(토질)를 밀접히 살피고, 섬세함을 중요시 여겨야 하는 등 와인 양조에 골프와 비슷한 요소가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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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팔도 역시 “훌륭한 골프 코스와 와인은 한 가지 공통 요소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데 그게 바로 토양”이라고 말했다. 어니 엘스는 “좋은 포도를 정성껏 재배해 오랜 기간 숙성시켜야 좋은 와인이 나오듯 골프도 인내심을 갖고 스윙을 가꿔 나가야 한다”고 했다. 미국 와인잡지 ‘와인스펙테이터’ 편집장이 만든 시가 전문지 ‘시가 어피셔나도(Cigar Aficionado)’는 최근 ‘골프와 와인’ 특집 기사(2월호)에서 “골프 선수들이 와인 생산에 뛰어드는 것은 자연친화적이고 오랜 기간 열정을 불태워야 한다는 점이 골프 게임과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프로골퍼들이 펼치는 다른 비즈니스와 와인이 시너지 효과가 높은 아이템이란 것도 이유다. 한지현 트윈와인 마케팅팀장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와인을 내놓는 프로골퍼 선수 출신 중 상당수가 골프코스 설계·리조트·레스토랑·패션사업 등 와인과 함께 하면 좋은 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아널드 파머 와인은 그가 설계한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 캘리포니아주 라 킨타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그의 레스토랑에서 판매되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 그레그 노먼과 게리 플레이어 역시 자신의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의류의 고급 이미지를 높이는 데 와인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이 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업 성격도 한 요인. 게리 플레이어는 아들 마크 플레이어가 먼저 아버지에게 와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레그 노먼 와인은 중요한 결정은 노먼이 하지만 나머지 일상 경영은 노먼의 딸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니클라우스 와인도 텔라토 그룹과 사업 얘기를 꺼낼 때부터 그의 아들들이 텔라토 그룹 아들들과 함께 친분을 쌓으며 사업을 진행했다. 취미로 즐기다가 직접 와인 생산에 뛰어든 경우도 많다. 아널드 파머는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어떤 것에 자신의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골프와 와인 어떤 점이 닮았나



● 오랜 기간 인내심을 갖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 테루아(땅·기후 등)에 민감하다.



● 전문가의 조언보다 본인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



● 한번 빠지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 초기엔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란 비판도 받았지만 갈수록 대중문화로 받아들여졌다.



● 오래된 샤토(와이너리)와 오래된 골프 코스는 역사의 향기와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자료 : 어니 엘스 등 골퍼들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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