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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신 “수익률 낮아 혼나도 가치 투자 큰 틀 지킬 것”

중앙일보 2011.04.13 00:05 경제 10면 지면보기








가치 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이 바로 가치 투자다. 국내에서 가치 투자를 원칙으로 삼는 대표적 자산운용사를 꼽으라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3월 말 현재 일반 주식형 펀드 순자산 1조2092억원)이 으뜸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수익률(주식형 펀드)은 2.05%에 불과하다. 전체 자산운용사 평균(5.69%)의 절반을 밑돈다. 이 때문인지 1분기에만 이 회사에서 557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요즘 같은 상승장에선 장을 이끄는 종목에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 수익률을 밑돌 수밖에 없다. 가치 투자 철학에 위기가 온 것일까. 12일 박래신(56·사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를 만났다.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투자자에게 혼나고 있다. 죄송스럽다.”



 -가치 투자가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단기적으로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을 줄여 중간 정도 수익률을 거두며 꾸준히 가는 게 낫다. 짧게 보면 ‘적게 먹는’ 펀드처럼 보이지만 긴 기간 복리 수익률을 감안하면 깨질 때 덜 깨지는 게 중요하다. 고백하건대 우리 펀드는 ‘베스트(best)’ 펀드가 아니다. 애초에 목표도 베스트 펀드는 아니었다. 누구나 일정 비중 이상 필수로 담아야 하는 ‘머스트 해브(Must Have)’ 펀드가 목표다. 이를 위해 리서치와 운용 능력을 강화하겠다.”



 -가치 투자 원칙은 고수했나.



  “성과가 부진할 때도 흔들리지 않고 가치 투자의 큰 틀을 지켜왔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장기 투자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이 원칙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맷집이 좋아서, 고집이 세서도 아니다. 수익률을 무시해서도 아니다. 일관성 있는 투자 전략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는 높은 수익률이지만 운용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투자 전략을 바꾸는 것은 ‘가치 투자’라는 운용 방침을 믿은 투자자에 대한 배신이다.”



 그는 가치 투자 확산을 위해 5~10년까지 환매를 제한하는 펀드도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사의 ‘한국밸류 10년투자’ 펀드는 3년 동안 환매가 제한된다. 국내 펀드로는 가장 길다.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밑바탕에는 그의 표현대로 ‘목숨 걸고’ 골라낸 종목에 대한 강한 믿음이 깔려 있다. 잠깐 연애할 상대가 아니라 결혼할 상대를 찾듯 기업을 하나하나 다 뜯어봤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시간이 지나면 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률 전망은.



 “종목을 선택할 때 국고채 금리에 비해 2배 이상의 연간 배당 잠재력이 있는지부터 따져보는 만큼 금리보다 나은 이익을 낼 것이라고 믿는다. 가치주의 상대적 부진을 낳았던 ‘대형주 프리미엄’이 줄어들면서 가치주가 초과 수익을 내는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다.”



 -최근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기대가 좀 과열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가 적절한 수익을 낼 때까지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장기 수익을 기다릴 수 있는 투자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하현옥 기자



◆박래신 대표=1989년 동원증권에 입사한 뒤 한국투자증권 e비즈니스본부장과 전무를 거쳐 지난달 1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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