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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1000프로젝트’로 창업 성공 홍순재씨

중앙일보 2011.04.12 00:51 종합 22면 지면보기



“하늘의 달 따다 줘요” 아내 얘기 듣고 제품 개발 ‘스마트폰 첨성대’만들었죠



서울시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실업가의 꿈을 이룬 홍순재씨가 11일 서울 창천동 ‘꿈꾸는 청년가게’에서 스마트폰 첨성대로 직접 촬영한 달을 보여주고 있다. [김도훈 기자]



남자의 고교 시절 별명은 ‘빵돌이’였다. 등록금을 벌려고 학교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팔고 남은 빵으로 끼니를 때웠기 때문이다. 졸업 후엔 나쁜 짓 빼고 돈 되는 건 뭐든 다 했다. 2001년엔 부동산 매매업에도 손을 댔다. 의외로 적성에 맞았다. 굵직한 매매를 성사시키며 유명세를 치렀다. 강의도 나갔고 출판사와 부동산 서적 출판 계약까지 맺었다.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2009년부터 사업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 재산을 날렸고 3억원의 빚까지 졌다. 결혼한 지 7개월 된 아내의 직장에까지 빚쟁이가 들이닥쳤다. 죽으러 한강 다리에 올라섰다. 아내가 울면서 사정했다. “난 당신 하나만 있으면 돼.” 그날 남자와 아내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농담처럼 아내가 말했다. “나 저기 있는 달 좀 따다 줘.” 남자는 그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홍순재(33)씨가 개발한 ‘스마트폰 첨성대’는 이렇게 탄생했다. 갤럭시S, 아이폰 등 스마트폰을 장착하면 광학 1만 배 줌을 통해 달의 분화구는 물론 목성의 고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일종의 휴대용 천체 관측장비다. 사진·동영상 촬영은 물론 편집·출력도 가능하다. 대당 200여만원이나 하지만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3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지금은 활짝 웃지만 홍씨도 개발·창업 과정에선 눈물깨나 흘렸다. 역시 돈이 문제였다. 신용불량자인 홍씨에게 대출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때 그에게 손을 내민 게 서울시의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였다. “다른 곳들은 신용기준을 따지면서 전부 퇴짜를 놨는데 여기선 ‘청년이니 OK’라며 받아줬어요. 재기의 발판이 됐죠.” 지난해 7월 지원 대상자가 되자 10㎡의 창업공간과 사무집기·관리비 등이 제공됐다. 월 100만원 정도의 창업활동비는 물론 멘토를 통한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올해 초 제품 개발에 성공한 홍씨는 ‘스마트폰 첨성대 1호’로 처음 찍은 달 사진을 아내에게 바쳤다. 선명한 보름달 사진이었다. “내 목숨과 맞바꾼, 아내와의 약속을 결국 지킨 셈이 됐죠.”



 스마트폰 첨성대는 지난 7일 서울 신촌 명물거리에 오픈한 ‘꿈꾸는 청년가게’에 입점, 판매되고 있다. 이 가게는 프로젝트 참여 기업 중 사업성이 뛰어난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83개 기업 200여 종의 제품이 입점했는데 ‘스마트폰 첨성대’는 진열장 맨 앞에 놓여 있다. 홍씨는 요즘 전국 모든 학교에 스마트폰 첨성대를 보급하는 꿈을 꾸고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걸 성공으로 연결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해선 성공을 잡을 수 없겠죠.”



글=최모란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서울시가 운영하는 청년 창업 프로그램. 1년간 무료로 창업공간, 창업활동비, 교육·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오는 5월 11일까지 3기 예비 창업가 1000개 팀을 모집한다. 창업 아이템을 가진 서울시 거주 20~39세 청년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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