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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다칠세라’ 외규장각 도서 특별수송작전

중앙일보 2011.04.12 00:38 종합 24면 지면보기



145년 만에 파리서 고국행
위험분산 위해 4회 걸쳐 운송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분담
1차분 14일 도착, 7월에 공개



영조와 정순왕후의 혼례 과정을 기록한 『영조 정순왕후 가례도감의궤』의 한 장면. [문화재청 제공]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BNF)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 297권 중 1차분이 14일 한국에 도착한다. 병인양요(1866년) 때 프랑스군에게 약탈당한 귀중한 문화재가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외규장각 도서는 대부분 의궤(儀軌)다. 의궤는 조선 시대에 국가나 왕실의 중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남긴 기록 문화의 꽃이다. BNF 소장 외규장각 도서는 왕이 보도록 최고급으로 만든 어람용 의궤인 데다 국내에 없는 유일본이 30권가량 포함돼 가치가 크다. 귀한 몸인 만큼 들어오는 과정도 까다롭다. 외규장각 도서의 입국 절차와 향후 활용 방안 등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언제 어떻게 돌아오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14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들여온다. 한 번에 몰아서 옮길 경우 만의 하나 사고가 나면 귀중한 문화재를 모두 잃게 되기 때문이다. 4차분은 한국 시간 5월 27일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1, 3차분 수송을 맡은 아시아나 항공은 여객기 화물칸에 특수 컨테이너를 만들어 외규장각 도서를 옮긴다. 2, 4차분을 담당한 대한항공은 화물기를 이용한다. 화물기냐 여객기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 없다는 결론이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유물 운송의 90% 이상이 여객기 화물칸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유물 포장도 특별한가.



 “도자기류 등의 깨지기 쉬운 문화재만큼 까다롭진 않다. 흔히 프랑스에선 도자기나 조각류는 폼(유물의 형태에 꼭 맞는 틀)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포장하고, 한국에선 에어캡 등 완충재로 싸서 나무상자에 넣는 방식으로 포장한다. 반면 도서류는 상자에 완충재만 넣어서 포장하면 된다. 포장은 프랑스 쪽에서 책임진다. 한지로 만든 책인 만큼 포장에도 한지가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에 보관하나.



 “BNF 측에서 항온·항습·보존처리 등 과학적 보존이 가능한 기관에 둘 것을 요청했다. 양국 정부 간 합의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리한다.”



 -반환이 아닌 대여인데 활용에 제약은 없나.



 “돌아온 외규장각 도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관리 규정에 입각해 취급된다. 따라서 도서의 촬영·복제·도록제작·전시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일반에 첫선을 보이는 건 7월 29일~9월 1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환수문화재 특별전에서다. 국내 전문연구자들로 연구팀을 구성해 집중 연구 사업을 벌이고, 온라인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국보로 지정되는가.



 “원칙적으로 프랑스 소유이므로 국가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정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세계유산은 소유권자가 아니어도 신청할 수 있다.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경’ 역시 BNF 소장품이지만 직지심경을 간행한 흥덕사가 있던 충북 청주시의 신청으로 지정됐다. 서울대 규장각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한 조선왕실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랐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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