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새로운 시작의 단초, 106

중앙일보 2011.04.12 00:12 경제 19면 지면보기
<본선 8강전>

○·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10보(99~108)=백△로 뻗은 장면. 흑▲ 석 점마저 수중에 넣은 구리 9단은 슬슬 흑 대마를 압박하며 판을 결정하려 한다. 집은 많고(줄 잡아 75집) 걱정거리는 하나도 없다. 오직 걸리는 게 하나 있다면 우상 흑 진이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 하지만 대마를 쫓다가 적당히 시기에 그쪽으로 손을 돌릴 기회는 충분해 보인다. 휘파람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세돌 9단은 턱을 괸 채 비스듬한 자세로 판을 응시하더니 99, 101로 전진한다. A에 두어 두 눈 내고 살 수는 없어 백 진의 빈 틈을 엿보고 있다. 102에서 흑▲들은 숨이 확실하게 끊어졌다. 그렇다고 아직 대마가 산 것도 아니다. 프로들이 흔히 말하는 ‘지옥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03은 예정된 수. 백에 이곳을 뺏긴다면 바둑은 해보나마나다. 눈감고 두는 곳이다. 구리도 알았다는 듯 104로 넘는 수를 막더니 106으로 흑 모양을 깎아 간다. 대마에도 은근히 위협을 가하는 좋은 수. 그러나 너무도 당연해 뵈는 이 한 수로부터 금방 끝날 것 같던 이 판이 천변만화의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구리는 국후 106을 흑 집을 키워준 대실수로 지목했다. ‘참고도’처럼 부드럽게 깎는 것이 훨씬 좋았다는 것. 도대체 106은 왜 실수라는 것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