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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 운전으로 차선 벗어나면 도로가 감지해 운전자에 경고

중앙선데이 2011.04.10 01:37 213호 10면 지면보기
스마트 하이웨이사업에서 연구 중인 주행로 이탈방지 시스템. 도로 위의 센서가 정밀하게 자동차 위치를 파악하고 운행 패턴을 분석해 이탈 여부를 판단한다. 이어 차량 내비게이션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위험상황을 알려준다. 주변 차량에도 ‘주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1 2021년 3월 어느 날, 전국 도로엔 40~50m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안개가 깔려 있다. 같은 시간, 경부고속도로 판교 부근에 설치된 자동안개 측정 폐쇄회로(CC)TV가 분주하게 가시거리를 측정하고 있다. 과거엔 사람의 눈으로 대충 잰 탓에 부정확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젠 안전운전 기준치를 넘는다고 판단한 CCTV 시스템이 주변에 설치된 안개퇴치시스템을 즉각 가동시킨다. 스키장의 제설 장비를 연상케 하는 이 기계는 큰 팬을 회전시키면서 건조한 공기를 마구 쏟아냈다. 그러자 안개를 형성한 습한 공기들이 밀려나면서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미래의 고속도로, 스마트 하이웨이

#2 2022년 어느 날 밤, 야간 작업을 마치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김피로씨. 계속되는 야근과 수면부족으로 피곤이 누적된 탓에 운전 중에 자꾸만 눈이 감겼다. 차는 위험하게 차선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자 도로 위에 장착된 센서가 김씨 차량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포착한다. 전형적인 주행로 이탈패턴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센서가 즉각 김씨 차량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에 ‘주행로 이탈 주의’라는 문자를 보내고 시끄러운 경보음을 울리게 한다. 옆 차선을 달리는 다른 차량들에도 ‘옆 차가 졸음운전을 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에 깜짝 놀란 김씨는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핸들을 바로잡는다.

상상 속 시나리오가 아니다. 10년쯤 뒤엔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미래 고속도로의 모습이다. 바로 스마트하이웨이(Smart Highway)다.

스마트 하이웨이의 특징은 차량과 도로, 운전자가 서로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땅바닥에 누워 있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사람과 말하는 길이다. 그 덕에 운전자들은 더 편하고 더 안전하게 달린다.

한국교통연구원 문영준 박사는 “만들어만 놓으면 운전자와 차량이 알아서 다니던 게 옛날 도로의 개념이라면, 스마트하이웨이는 쌍방향 소통이라는 전혀 새로운 개념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원전 3세기부터 2세기까지 로마가 건설한 15만㎞의 도로를 시작으로 독일의 아우토반, 경부고속도로 등은 도시와 도시를 잇고 경제와 문명의 발전을 이뤄냈다. 그래서 지능을 갖춘 미래의 도로는 또 다른 미래 세상을 여는 상징이다.

국내 스마트하이웨이 연구에는 2007년부터 도로공사·건설교통기술평가원 등 100여 개 기관이 참여해 왔다. 2014년까지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첨단 토목기술과 정보통신(IT) 기술, 차세대 자동차기술 등을 접목해 빠르면서도 안전한 지능형 고속도로를 개발하려는 사업이다.

무사고·무정체·무정차 등 3무(無)를 추구하는 스마트하이웨이엔 안개 자동제거 장치, 주행로 이탈방지 장치 외에도 다양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그중 공을 들이고 있는 기술은 겨울에 도로 노면의 결빙을 방지하는 것이다. 도로에 설치된 노면온도 측정카메라가 실시간으로 결빙 여부를 확인하고 염화칼슘 등을 자동 살포하는 것이다. 한겨울에도 섭씨 1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하는 지하수를 퍼올려 온돌방 보일러처럼 도로 밑을 순환하도록 해 도로가 어는 걸 막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무정차 톨링(Tolling· 요금징수) 시스템도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 시속 30㎞로 속도를 줄여 통과해야 하는 현행 하이패스 시스템과 달리 특정 차로로 진입하거나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다. 야생동물과 차량이 충돌하는 로드킬(road kill)을 막기 위해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시스템도 있다. 노루·사슴 같은 야생동물이 도로 근처로 접근하면 다양한 소리나 자극을 줘 숲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원리다.

스마트하이웨이 연구에서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은 도로·차량 간 소통이다. 도로상의 각종 CCTV나 센서가 불의의 사고 또는 낙하물을 감지하면 주변을 운행 중인 차량들에 실시간으로 이 사실을 통보한다. 전방 도로는 물론 주변 우회도로의 소통상황도 바로바로 알려준다. 하이패스나 내비게이션 등 기존 장치도 활용 가능하다. 특히 사고 발생 시 후행 차량들에 긴급하게 비상신호를 보내 연쇄 추돌사고를 막는 기술도 개발한다. 한국도로공사 스마트웨이사업단의 신규성 차장은 “2014년께면 예정대로 대부분의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유럽연합(EU)에서도 우리의 스마트하이웨이 사업과 유사한 ‘스마트 도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영준 박사는 “차량과 도로, 차량과 차량 간 통신기술은 미국과 EU가 앞섰지만 다른 기술 분야에선 우리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토해양부 김형렬 도로정책관은 “2014년 스마트하이웨이 연구사업이 완료되면 검증작업을 거쳐 2020년께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똑똑한 도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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