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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과 지역 이기주의

중앙선데이 2011.04.10 01:10 213호 34면 지면보기
삼성이 인천 송도에 2조1000억원 투자를 발표했다. 바이오 시밀러 사업이다. 다른 지역도 삼성을 유치하려고 발버둥쳤지만 다 실패했다. “땅값 때문에? 천만에. 이유는 딱 하나, 국제공항 때문이다.” 삼성의 대답은 냉정했다. 야속했지만 삼성을 탓할 수 없었다. 공항을 탓할 수밖에.
제대로 된 공항 없이는 글로벌 시대에 경쟁을 못한다. 2000만 인구가 살고 주력산업이 있는 국토남부권의 경쟁력을 높여 대한민국 경쟁력을 높이자는 구상이 동남권 신공항이다. 김해공항 확장은 해결책이 못 되니 흑자를 보는 김해공항을 흡수하고, 적자를 보는 대구·포항·울산 공항은 통폐합하겠다는 것이다. 실패한 지방공항을 또 만들자는 게 아니다.

이 구상이 백지화됐다. 그냥 백지화된 정도가 아니다. 무참하게 매도당했다. 신공항에 찬성하면 지역이기주의요, 표만 생각하는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신공항에 반대하면 짐짓 국가이익을 걱정할 줄 아는 애국자가 된다. 지방 사람들은 졸지에 국가이익을 해치는 자들로 매도당하고 있다.

신공항이 국익을 해친다는 주장의 유일한 근거는 국토연구원의 B/C가 0.73이고 입지평가위의 채점결과가 39.9점이라는 것이다(밀양의 경우). 백지화론자들은 이 숫자를 철석같이 신뢰한다. 평소 정부를 불신하던 이들도 이번에는 정부발표를 100% 믿는다.

과연 그럴까? 국토연구원과 입지평가위는 외부 압력을 물리치고 공정하고 정확하게 평가했을까? 만약 대통령께서 ‘신공항을 약속대로 반드시 추진한다’고 했어도 똑같은 숫자가 나왔을까? 가정만 몇 개 바꾸면 B/C를 낮추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신공항에 뜻이 없는 대통령 마음을 알아챈 국토부 장관과 영혼 없는 관료들이 만들어낸 숫자에 불과하다. 밀양과 가덕도의 B/C값을 나누면 0.73÷0.70=1.042. 밀양과 가덕도의 평가단 점수를 나누면 39.9÷38.3=1.041. 두 값의 차이는 0.001, 즉 1/1000의 오차. 가히 신기(神技)다. 우연이 아니라 짜맞추기의 증거다.

김영욱 기자는 필자와 이한구 의원에 대해 표 때문에 국익을 저버린 저급한 정치인으로 비난했다. 미래국익을 위해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생각도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정치판에서 겪는 인신공격쯤이야 반론할 가치도 없지만 신공항이 국익을 해친다는 김 기자의 주장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

왜 정부를 맹신하는지 알 수 없지만 기사의 생명인 팩트부터 틀렸다. 김 기자는 이번 평가가 지역균형발전(지역낙후도와 지역경제활성화)까지 다 감안했다고 했다. 완전히 틀렸다. 원래 AHP(계층분석법)는 지역균형발전에 25%, 정책분석에 30% 내외의 비중을 두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신공항 평가에는 두 가지 모두 통째로 빠졌다(3월 30일 국토부 발표). 50점을 넘기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불과 이틀 후 4월 1일 국토부가 발표한 국가철도망 계획에는 지역균형발전과 정책분석 항목이 무려 56.7%의 비중을 차지했다. 또 “B/C가 0.7 이상인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고 했다. 말문이 막힌다. 0.73은 낮아서 못한다더니. 얼굴에 철판을 깐 국토부다.

이 모든 왜곡에도 불구하고 B/C가 0.73, 평가단 채점이 39.9였으니 역설적으로 신공항의 타당성은 훌륭하다. B/C조차 없는 4대 강 사업, 호남 KTX의 0.31, 새만금사업의 0.55에 비해 억지로 낮춘 결과가 0.73이면 훌륭한 B/C 아닌가?

김 기자가 정론을 펴는 언론인이라면 이 모든 왜곡을 파헤쳐 보라. 언어의 유희라고? 신공항은 절박한 몸부림이다. 그걸 몰라주면 같은 나라 국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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