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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원’ 규명하는 페르미 … ‘제5의 힘’ 발견했나

중앙일보 2011.04.08 02:20 종합 2면 지면보기



“중력·전자기력·약력·강력 아닌 새로운 힘 가능성” 발표



미국 일리노이주 국립 페르미연구소에 있는 입자가속기(테바트론)의 검출장치. 가속된 양성자와 반양성자가 빔라인(가운데 구멍)을 따라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달려와 충돌하는 곳이다. 이때 발생하는 입자의 특성이 빔라인 주변의 열량측정기를 통해 전자신호로 변환돼 저장되거나 계산된다. [시카고=신동연 선임기자]





테바트론(Tevatron). 미국 일리노이주 바타비아에 있는 국립 페르미가속기연구소에 있는 원형 입자가속기 이름이다. 최대 1테라 전자볼트(eV)의 에너지로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충돌시킬 수 있는 원형 입자가속기(synchrotron)란 뜻이다. 1987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우주의 근본 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해온 테바트론이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페르미연구소의 충돌실험(CDF) 그룹은 6일(현지시간) 논문 초고 온라인 등록사이트(ArXiv.org)에 “테바트론을 이용한 충돌실험에서 ‘표준 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은 과학자들이 지난 수천 년간 탐구해온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현대 입자물리학의 ‘모범 답안’으로 여겨져왔다. 따라서 만약 페르미 연구팀의 발표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물리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하는 발견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입자가속기(테바트론)가 있는 페르미연구소의 전경.



 ◆현대 물리학의 교과서 ‘표준 모형’=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는 쿼크(중입자)와 렙톤(경입자)이다. 표준 모형은 세상 모든 물질이 각각 3쌍의 쿼크와 렙톤으로 구성돼 있다고 본다. 이 이론에 따르면 테바트론을 이용해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충돌시켰을 때 생성되는 입자와 에너지량을 예측할 수 있다.



 한데 CDF에 따르면 충돌 실험 결과, 1200억~1600억eV의 에너지대에서 표준 모형으로 예측된 것보다 250회 이상 많은 에너지 방출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에너지와 질량은 같다. 따라서 표준 모형의 예측을 뛰어넘는 에너지 분포는 표준 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질량 분포를 뜻한다. 이는 표준 모형에 없는 ‘미지의 입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CDF 연구진은 자신들이 관찰한 현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오반니 펀지 CDF 대변인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힘 외에 새로운 힘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자연계에는 4가지 힘(중력·전자기력·약력·강력)이 존재한다. 표준 모형은 이를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표준 모형 외의 입자가 존재한다면 이 입자가 매개하는 ‘제5의 힘’도 있을 수 있다. 펀지가 언급한 ‘새로운 힘’은 이를 가리킨 것이다.



 ◆"통계적 오류일 확률 0.04%”=CDF의 발표에 세계 각국의 물리학자들은 놀라움과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발견의 신뢰도가 낮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CDF 연구진은 “이번 관찰 결과가 통계적 오류일 확률이 0.04% 이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려대 물리학과 최수용 교수는 “ 통상 오차 확률이 100만분의 1 이하는 돼야 뭔가를 ‘발견했다’고 한다. CDF 연구진이 밝힌 수치는 무엇 무엇으로 추정되는 ‘증거가 있다’고 말할 정도의 수준”이라며 "실험 데이터가 60%밖에 분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를 발표한 것도 성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글=김한별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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