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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의원들 재정 걱정한다더니 … 연수는 꼭 제주서 해야 하나요?

중앙일보 2011.04.08 01:01 종합 25면 지면보기
충북 청주시의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2박3일간 제주도에서 의원 연찬회를 가졌다. 의원 24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15명 등 39명이 참가한 연찬회의 예산은 1000여 만원. 1인당 25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시의회는 연찬회에 대해 “내실 있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전문가에게 강의를 듣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사흘간의 일정 가운데 첫째 날은 의정발전 방향, 저탄소 녹색성장 등 특강이 진행됐다. 마지막 날은 제주 신·재생에너지 홍보관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홍보관 방문 등으로 짜였다. 하지만 둘째 날에는 한라산 등반과 올레길 탐방 등 관광성 일정으로 채워졌다. 청주시의회는 최근 전임 시장이 예산 부풀리기로 재정난을 겪게 됐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청주시의회처럼 지방의회가 적지 않을 들여가며 관광지 탐방이 포함된 연찬회를 가져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치단체는 재정 악화로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지방의회는 수백~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가며 관광성 연찬회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찬회를 제주도 등 다른 시·도의 유명 관광지를 선택, 지역 경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북 음성군의회도 청주시의회와 같은 기간 제주도에서 연찬회를 열었다. 연찬회에서 의원 8명과 사무국 직원이 쓴 돈은 550여 만원에 달한다. 증평군의회는 다음 달 2~4일 부산, 옥천군의회는 다음 달 3~5일 제주도에서 연찬회를 계획 중이다. 청원군의회도 제주도 연찬회를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의원 1인당 30만~40만원의 예산을 세웠다.



 다른 지역 연찬회에 가장 큰 불만을 가진 것은 관광업계다. 연찬회의 내용을 보더라도 굳이 다른 시·도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데 유명 관광지를 찾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찬회 실무를 담당했던 지방의회 고위 관계자는 “의회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단양이나 수안보 등 도내 관광지를 선택해도 문제가 없다”며 “많은 예산을 써가며 제주도에 가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회 내부에서 자성론도 일고 있다. 익명을 원한 청주시의회 한 의원은 “기본적으로 정해진 연수와 연찬회를 반드시 다른 지역으로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도 있다”며 “의회 스스로 변화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많지 않은 예산이지만 지역 내에서 사용한다면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바람직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선영 정책기획국장은 “재정을 걱정하던 의원들이 제주도까지 가서 1000만원이나 되는 예산을 쓰고 왔다”며 “의원들은 자신이 쓰고 있는 돈이 주민들이 낸 세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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