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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학벨트 입지, 과학자에게 일임해야

중앙일보 2011.04.08 00:24 종합 34면 지면보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책임질 과학벨트위원회가 어제 첫 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앞으로 입지 선정 등 제반 문제가 결정된다.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역 간 갈등과 국력 소모가 커질 수도, 줄어들 수도 있기에 그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입지 선정은 끝났다는 소문이 잇따르고 있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한 지역에 집중하지 않고 쪼개기로 했다느니, 대전·대구·광주 등의 ‘삼각벨트’를 형성하기로 돼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런 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 하긴 며칠 전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했을 때도 해당 지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과학벨트를 선물로 주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는 이런 보도와 소문이 사실무근이기를 바란다.



 과학벨트는 나라의 백년대계 사업이다. 선진국에 한참 뒤처진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을 키우고,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당연히 입지 선정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건 효율성이어야 한다. 설립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지역이 선택돼야 한다. 신공항 백지화의 반대급부라든가 지역의 낙후도 같은 균형발전 등이 주요 기준이 돼선 안 된다. 경제와 과학의 문제여야 할 과학벨트가 정치적 고려나 지역 간 타협의 산물로 전락한다면 과학벨트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물론 대통령은 과학자들에게 일임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총리도 신공항 보상용으로 활용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게 진심이라면 무엇보다 정부가 중립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도 개입해선 안 된다. 신공항 취소 결정 때는 민간 평가단이 첫 회의도 하기 전에 ‘백지화 결정’이란 말이 정부 핵심에서 흘러나왔었다. 결정이야 옳았지만 이 같은 절차상 문제 때문에 갈등이 증폭된 측면도 있다. 이번에도 그런 의혹을 받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원회 등 소위의 학자들이 경제적·과학적 입장에서 최선의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독립적인 환경을 조성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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