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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2단계 개방…아세안 10개국 로펌, 국내 사건 수임 가능

중앙선데이 2011.03.26 23:52 211호 4면 지면보기
법률시장 개방은 ▶외국 로펌의 국내 분사무소 개설, 외국 변호사의 국내 취업을 허용(1단계)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공동 수임·수익을 분배(2단계) ▶전면 개방(3단계)로 진행된다.
국내에서 법률시장 개방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시기는 1단계 법률 개방을 허용하는 외국법자문사법이 2009년 3월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하지만 한·미 FTA, 한-EU FTA가 통과되지 않아 국내 대형 로펌이 외국 변호사를 채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미 시작된 법률시장 개방


제도적으로는 다음 달 30일부터 외국 로펌이 국내에서 분사무소를 설치하고 사건을 수임할 수 있게 된다. 국회는 이달 11일 2단계 수준의 법률시장 개방을 제도화하는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아세안 FTA 적용 대상인 말레이시아·태국·미얀마 등 아세안 10개국 로펌들이 적용 대상이다.

본격적인 법률시장 개방은 한-EU FTA의 잠정 발효일인 7월 1일이다. 협정문 번역 오류 논란 등 국회 통과에 험난한 길이 예상되지만, 현재까지는 통과가 유력시된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이달 8일 토마쉬 코즈워프스키 주한 EU 대표부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4월 안에 한-EU FTA를 통과시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3년 뒤에는 3단계 법률시장 전면 개방이 예정돼 있다.
영·미계 로펌의 강점은 ▶소속 변호사 수만 2000명이 넘는 거대한 규모 ▶20여 개국에 퍼진 다국적 지사망 ▶풍부한 글로벌 자문 경험 등이 꼽힌다. 이들 영·미계 거대 로펌은 한 곳의 연간 매출이 20억 달러(약 2조2257억원)를 넘는 경우도 많다. 로펌 한 곳의 매출액이 국내 전체 법률시장 규모(연 2조원 추산)보다 많은 것이다.

실질적인 법률시장 개방의 타깃은 국내 ‘6대 로펌’이다. 블룸버그가 지난해 국내 M&A 시장에서 법률 자문을 한 상위 20개 로펌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김앤장이 점유율 37.2%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 화우가 이었다. 나머지 14곳은 영국계 링클레이터스(Linklaters·4위), 미국계 셔먼앤스털링(Shearman & Sterling·7위) 같은 외국 로펌이 차지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법률시장 개방 이후 국내 로펌들이 ‘시련의 시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 김현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국제법) 교수는 “해외 로펌들이 양질·저가의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한다면 국내 법률시장에 위기가 올 것”이라며 “지적재산권·해상·항공 등 분야별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변동걸 대표변호사는 “국제 중재, 금융 거래, 해외 투자 관련 법률 자문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한국 사회 전반의 구조 및 기업문화, 역학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법률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로펌의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갑유 국제상사중재협회 사무총장(태평양 파트너 변호사)은 “2000명이 넘는다는 영·미계 대형 로펌도 정작 뉴욕 본사의 변호사 수는 700~800명이 최대”라며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은 서울에서 300명 넘는 변호사가 활동하는 국내 로펌은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강신섭(54·연수원 13기)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1분기 기업공개 자문 순위에서 세계 6위(규모 기준)를 한 저력을 살린다면 아시아 시장 장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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