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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읽기] 금강경 … 아주 맛있는 불교 입문서

중앙일보 2011.03.26 00:28 종합 25면 지면보기








붓다의 치명적 농담 /

허접한 꽃들의 축제

한형조 지음, 문학동네

각권 377쪽·501쪽

각권 1만9000원·2만2000원




경하할 일이다. 두 권의 등장은 우리말로 쓰여진, 스타일 넘치는 현대 불교 교양서의 출현을 알린다. 그것도 국내 동양학 연구자들 중 젊은 감각이 인정되는 한형조(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저술이다. 그게 그 이야기 같은 스님들의 법문집과 다르며, 달라이 라마 등 숱한 영어 불교서적과도 구분된다.



 저자의 ‘맛있는 언어’ 즉 살아있는 동시대의 문장을 적절히 뒷받침해준 본문 편집의 묘미 또한 종이책만의 맛이라서 눈과 손이 모두 즐겁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버드의 선사와 베트남의 포교사, 그리고 티베트 망명객의 목소리가 한국불교의 하늘을 덮고 있다. 고마운 일이지만 또한 슬프다. 불교마저 수입품으로 채우고 말 것인가?” (『붓다의 치명적 농담』 20쪽) 토종 불교서적의 자부심을 담은 두 권은 한 세트다. 첫 권이 불교 입문서 내지 총론이라면 둘째 권은 『금강경』 꼼꼼히 읽기 작업, 즉 각론이다.



 신라의 원효가 『대승기신론』을 놓고 입문용 해설인 별기(別記)와 함께 각주(疏)를 펴냈듯이, 그는 『금강경』을 가지고 작업해본 것이다. 왜 『금강경』을 선택했을까? 원효가 『대승기신론』을 선택한 것은 그게 중국불교의 팔만 장광설을 걷어낸 불교의 문법이자 설계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한형조가 『금강경』을 잡은 것은 그게 대승불교의 핵심을 담았으면서, 선불교의 텍스트로 사랑 받아왔던 이력 때문이다. 그렇다고 『금강경』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스타일 넘치는 문장으로 불교의 근본정신을, 다양한 언설 속에 숨은 중심 아이디어를 콕 집어 들려준다.



 본래 저자는 유학이 전공이다. 3부작 『왜 동양철학인가』 『왜 조선유학인가』 『조선유학의 거장들』(이상 문학동네)을 펴냈던 내공으로 불교 이야기 사이사이에 유학과 노장철학을 버무려놓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한형조는 20여년 전 서양의 불교학자인 에드워드 콘즈의 『한글세대를 위한 불교』를 날렵한 우리말로 옮겼는데, 그때의 기억을 곳곳에서 되살려줘 그의 팬이라면 더욱 환영할 만하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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