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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관용차 수명 1년 연장? 국민 우롱한 단체장들

중앙일보 2011.03.26 00:16 종합 20면 지면보기



내 세금낭비 스톱!



양원보
사회부문 기자




택시기사 박임병(37)씨는 SM5 개인택시를 몰고 다닌다. 2004년형이니까 올해로 딱 7년째다. 마침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정하는 택시 ‘정년’이다. 차를 바꿔야겠단 생각에 이 차 저 차 알아보기도 했다. 근데 이내 마음을 바꿨다. 차량 검사를 받기로 했다. 검사를 통과하면 2년 더 탈 수 있어서다. “물론 새 차만큼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쌩쌩 잘 나가는데요 뭘. 법만 아니면 10년도 거뜬히 탈 수 있어요.”



 그런 박씨에게 ‘신규 차량등록 5년 또는 주행거리 12만㎞ 이상’이면 대형세단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공직사회의 관용차 내구연한 규정을 들려줬다. “그 좋은 차를 5년 만에 바꾼다고요? 이런 XX.” 쉴 새 없이 육두문자가 쏟아졌다.



 1976년 ‘포니’가 첫선을 보였던 시절 만들어진 ‘관용차 관리규칙’이 35년이 흐른 지금까지 공직사회에 살아 있다는 기사가 나간 날(본지 24일자 22면) 네티즌도 열을 받긴 마찬가지였다. 네이버 아이디 jjyt****는 “뚜벅이, 마티즈 타고다니는 국민 세금 걷어다 좋은 차 탄다고 해 화나는데, 그마저도 5년만 넘으면 바꾸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이런 비난이 부담스러웠는지 서울시와 경기도 등은 관용차 내구연한을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1년 연장이다. 국민은 더 분노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후안무치 공무원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융단 폭격처럼 쏟아졌다.



 요즘 차, 잘 달린다. 그런데 고작 1년 더 연장해 6년 정도 타면 세금 낭비가 안 된다고 생각했나. 이건 납세자를 우롱하는 거다. 새 차 타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자동차가 그 사람의 ‘액면가’를 말해주는 풍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차 바꾸는 데 들어가는 돈이 ‘자기 돈’이 아니라 박씨처럼 성실히 사는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라는 거다. ‘포니 시절’ 규정을 전기차 시대에도 적용해 비난받으니까 관용차 내구연한을 고작 1년 늘리는 건 대 놓고 세금을 도둑질하겠다는 얘기다.



  지난 21일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였다. 포니를 만든 주역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생전에 유명한 말을 남겼다. “네 돈이면 그렇게 하겠냐?” 고급 관용차, 잘 관리하면 20년도 탈 수 있다. 공직사회가 명심해야 할 말이다.



양원보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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