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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보 위기 … 지속 가능 의료체계 만들자

중앙일보 2011.03.26 00:09 종합 34면 지면보기
올 들어 건강보험 재정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더니 올해 1, 2월에 벌써 15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적립금 9600억원을 다 까먹고 의료비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사태마저 우려된다.



 우리 건강보험은 미국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칭찬할 정도로 장점을 갖고 있다. 의료 수준도 세계 최고에 근접했다. 아픈 사람이면 30분 내에 어디에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1977년 의료보험을 도입한 지 30여 년 만에 이런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속으로는 곪고 있다. 의료비 지출이 너무 가파르다. 매년 12% 는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이 전체의 31.6%를 쓴다. 내버려두면 2020년 적자가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환자가 진료비의 40%가량을 부담할 정도로 건보 역할이 낮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진료비 할인증’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중병에 걸리면 아파트를 팔 때도 있다. 10년간 보험료 인상, 국고 지원 등으로 22조원이 들어갔는데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문제의 진원지는 정부다. 지난 10년간 주무 장관이 10명 바뀌었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의사와 약사, 병원·건보노조 등의 눈치 보기에 바빴다. 소비자도 병원을 너무 많이 간다. 외래진료 횟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다. 병원은 어떤가. 동네의원이 암 수술을 하고 30억원이 넘는 양전자단층촬영기(PET)를 돌려댄다. 큰 병원이 감기환자를 진료하고, 외래환자가 오면 이런저런 검사와 비보험 진료를 떠안겨 수익을 올린다. 의사들이 약을 너무 많이 처방한다. 어느 누구도 돈 걱정은 안 하고 작금의 상황에 책임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지속 가능할 리가 없다. 다행히 정부가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보건의료미래위원회를 만들어 다음 달 머리를 맞댄다고 한다. 땜질식 처방은 절대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 의사·환자·정부 할 것 없이 한정된 자원을 나눠 써야 하는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병원들이 장비나 병상을 맘대로 늘려 수요를 창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러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의사협회가 나서 표준 진료, 표준 검사 기준을 만들자. 이걸 근거로 미리 가격을 정한 세트수가제(포괄수가제)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환자도 감기만 걸려도 큰 병원에 가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동네의원 의사의 90%가 전문의다. 이런 나라가 없다. 만성질환이나 경증질환은 의원이나 작은 병원이 맡고 큰 병원은 중병 위주로 체계를 바꿔야 한다.



 이와 함께 병원에 덜 가도록 비만 관리 등의 예방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재정 절감 노력을 하되 노인 틀니 등 필요한 분야는 보험을 확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보험료를 올릴 수도 있어야 한다. 민주당도 실현가능성이 낮은 무상의료를 밀어붙일 게 아니라 의료개혁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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