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딜레마

중앙일보 2011.03.25 03:31 Week& 4면 지면보기






손민호 기자



“우리 회사가 지난해 순매출만 4734억원 했어요. 지난해 우리가 정부에 낸 돈만 해도 1500억원이에요. 숱한 공기업이 적자 경영, 방만 경영이라고 질타받고 있는데 우리는 정말 잘한 것 아닌가요? 우리도 잘했다는 소리 좀 들읍시다.”



 지난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기자간담회에 나온 권오남 사장의 볼멘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권 사장의 말마따나 공기업 태반이 죽 쑤고 있는 마당에 GKL은 선전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 누가 뭐래도 못 번 것보다야 잘 번 게 좋은 일이니, 축하한다. 그리고 칭찬한다.



 GKL 하니까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소개한다. GKL은 카지노 업체다. 소위 외국인 전용 카지노 회사다. 서울 힐튼호텔, 코엑스, 부산 롯데호텔에 업장을 두고 있다. 권 사장이 말한 실적이라는 건, 이 세 업장에서 지난해 외국인과 도박을 해서 4734억원을 땄다는 얘기다. 권 사장은 GKL의 사업을 “공익적 외화 획득 사업”이라고 명명했다.



 여기서 불거지는 단순 명료한 의문.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도박을 해서 잃으면 환영할 일이고, 한국인이 지역을 불문하고 도박을 해서 잃으면 문제가 되는 것은 옳은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다는 것은, 한국인은 해당 카지노에 입장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차별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즉 내국인 출입을 막는 카지노가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사례가 없다고 한다. 일본처럼 아예 카지노를 불허하는 나라가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나라만 특수한 건 또 있다. GKL은 공기업이다. 즉, 나라가 카지노를 관리하고 운영한다는 말이다.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GKL 측은 “터키가 국영이고 오스트리아에 민관 합작회사가 있다고 알고 있다”며 “다른 사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돈 놓고 돈 먹는’ 카지노야말로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 논리와 가장 맞아떨어지는 산업인데, 우리나라만 왜 다를까. 라스베이거스·마카오 등 카지노로 먹고 사는 어느 도시에서도 공기업 카지노는 없다.



 물론 한국인이 놀 수 있는 카지노도 있다. 강원랜드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개장 이후 10년이 넘도록 우려와 불신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도박 중독’이니 ‘카지노 노숙자’니 하는 불온한 단어가 강원랜드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강원랜드는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다. 매출이 높으면 국민 돈 따먹었다고, 매출이 낮으면 부실경영이라고, 이래저래 욕만 먹는다.



 카지노는, 그러니까 도박은 외화 벌이를 위한 불가피한 수단일 수밖에 없을까. 다음과 같은 통계가 있다. 2009년 우리나라는 관광으로 94억 달러를 벌었다. 그 중에서 4억 달러를 GKL이 채웠다. 반면 같은 해 일본의 관광수익은 103억 달러였다. 일본이 번 103억 달러 중에 정부가 운영하는 카지노에서 따온 돈은 없었다.



손민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