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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서각마을’ 주민의 향기로운 초대

중앙일보 2011.03.25 01:23 종합 22면 지면보기



홍천 방내2리 30명 작품 모아 전시회
조형·관광서각 선보이고 체험장 꾸며





강원도 홍천군 내면 방내2리는 맹현봉(해발 1514m) 자락에 자리잡은 강원도 산골 오지마을 가운데 하나다. 인구는 23가구 52명에 불과하다. 산골이지만 주민 절반 이상이 붓글씨를 쓰고 이를 새기는 서각(書刻)을 즐기는 문화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이 갈고 닦은 서각 솜씨를 뽐내는 첫 전시회가 24일 홍천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했다. ‘서각마을 새김질 풍미전’이란 이름의 전시회로 초등학생 등 주민 30여명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됐다. 전시회는 평면과 입체뿐 아니라 생활서각, 조형서각과 토종벌통에 새긴 관광서각 등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과 함께 서각 및 탁본체험장도 꾸며졌다.



 마을이 서각마을로 탈바꿈을 시도한 것은 2007년. 현재 이장을 맡고 있는 장준혁(45)씨가 농한기 마을회관에서 서각을 지도하면서다. 이 마을 출신으로 부산에서 체육교사를 하다 2001년 귀향한 장씨는 동아대 재학시절부터 8년 동안 양산에서 전통서각을 배워 일본에서도 전시를 하고 대한민국 서각대전 초대작가도 지냈다.



 장씨가 처음 서각을 권유할 때만해도 마을주민의 호응은 좋지 않았다. 교사를 그만두고 농사를 짓는 장씨는 마을에서 한 때 소위 ‘왕따’였다. 그러나 한 두 명을 시작으로 서각을 배우는 주민이 차츰 늘면서 나중에는 공간이 부족해 폐교를 임대해야만 했다. 4년여가 지나면서 김민금, 오대순씨 등 4~5명의 작가도 배출했다.



 마을이 서각마을로 알려지면서 2009년 하반기부터 서각을 배우거나 체험하려는 외지인의 발걸음도 잦아졌다. 올해부터는 숙박시설 등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할 정도가 됐다. 이에 따라 마을은 올해 숙박시설을 늘리는 것과 함께 먹을거리 체험도 개발하고 있다. 장씨는 “흥미와 재미로 시작한 서각 작업으로 마을이 단합됐고, 이제는 마을 사업과 연계해 좀더 소득이 높고 풍요로운 마을을 가꾸는 바탕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28일까지 열린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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