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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내 삶은 지금 12번 홀 … 운 좋게 ‘세시봉’ 버디 잡았다”

중앙일보 2011.03.25 00:23 경제 17면 지면보기



기타만큼 골프채도 사랑하는 가수 김세환 씨



김세환씨가 기타만으로 살아온 것은 아니다. 다양한 스포츠를 했고 골프 구력도 30년 가까이 된다. 김씨는 “기타도 스윙이고 골프도 스윙인데 골프 스윙이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가수 김세환(63)씨는 요즘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최근 ‘세시봉’으로 대표되는 포크송 열풍이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김씨는 구력이 30년 가까운 골프 애호가이기도 합니다. 이번주 golf&은 ‘포크계의 영원한 꽃미남’으로 불리는 김세환씨를 만나 그의 골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김세환씨의 자택. 오래된 음반·기타와 함께 골프 클럽과 연습용 퍼팅 매트가 눈에 들어왔다.



김씨를 만나 인사를 나누자마자 “인생을 라운드로 치면 지금은 몇 번홀쯤 되겠느냐”고 물었다.



“글쎄, 12번 홀쯤 될까?”











김세환씨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면서 그는 “12번 홀에서 운 좋게 버디를 잡았다”고 말했다. 12번 홀 버디는 ‘세시봉 열풍’으로 다시 얻은 인기를 말한다.



탁자에 놓여 있는 그의 공연 일정표는 빡빡했다. 9월 말 지중해 크루즈 공연까지 일정이 빼곡하게 차 있다. 김씨는 “공연이 많아진 것은 좋은데, 골프와 MTB 같은 운동에서 멀어지게 되는 건 아쉽다”고 했다.



세시봉 콘서트에 출연하는 가수 4명(조영남·송창식·윤형주·김세환)은 각각 개성이 강하다. 골프를 보는 눈도 완전히 다르다. 4명 가운데 막내 격인 김씨가 가장 먼저 골프를 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골프 연습장에서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캐디가 볼을 티에 올려놔 주던 시절이었어요. 연습장에 한 번 입장하면 하루 종일 볼을 쳐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볼이 떨어지면 리어카를 끌고 나가서 직접 공을 다시 주워와야 했어요.”



선배 조영남씨는 골프를 시작한 그를 나무랐다고 한다.



“군복 야전 상의를 즐겨 입던 영남이 형은 ‘가수가 무슨 부르주아 스포츠인 골프를 하느냐’고 핀잔을 주곤 했지요. 그런데 나중에 자기가 골프를 시작하더니 ‘이렇게 재미 있는 걸 왜 너 혼자 쳤느냐’고 또 뭐라고 하더군요. 이후 영남이 형은 골프의 묘미에 푹 빠져들었지요.”









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 방송을 위해 모인 세시봉 주역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유라·김세환·배철수·윤형주·조영남·이종환·송창식·이장희씨. 배철수·이종환씨는 세시봉 가수들이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김씨는 선배 송창식씨에 대해서는 “도 닦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면 탐닉하고 빠져드는 스타일이다. 음악을 할 때도 기타의 스트로크 원리, 파열음의 구조 등의 이치를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공연하러 가면 땀 흘리며 그저 즐길 뿐인데 창식이 형은 원리를 파고 득도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창식이 형이 골프를 하지 않는 게 다행이다. 그런데 창식이 형은 TV에선 골프 채널만 본다고 하더라. 선수들의 스윙을 보면서 이것 저것 분석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는 모양이다.” 골프 스윙도 스윙이고, 기타를 치는 손의 움직임도 스윙이라는 것이다.



윤형주씨 역시 골프를 안 한다.



“윤형주 선배는 원래 골프엔 관심도 없다. 젊을 때부터 바른말 잘 하는 크리스천이었다. 나이 들어서도 골프 같은 것에 한눈 안 팔고 살 줄 알았다”며 김씨는 껄껄 웃었다.



4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은 김세환씨가 가장 먼저 골프를 하게 된 이유는 (그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원래 ‘오렌지족’이었기 때문이다. 골프로 치면 그는 페어웨이만 밟고 산 셈이다.



고교 2학년 때 동대문 야구장 뒤 서울 승마 구락부에 가입해 외승을 나가곤 할 정도로 유복하게 자랐다. 대학 2학년 때인 1968년에는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 옷도 여성팬들이 미국에서 보내 준 최고급 옷만 입었다고 했다. 그가 자랑스럽게 보여준 70년대 초반의 앨범 재킷의 의상은 지금 봐도 세련됐다.



김씨는 “당시 한국의 스포츠는 축구와 야구뿐이었다. 그게 싫었다. 다양한 스포츠가 있는데 왜 두 종목에만 집착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요트와 바위타기(록 클라이밍)을 했고, 사진도 전문가 수준이다.



미국 네바다주 레이크 타호에 스키 타러 갔다가 산악자전거(MTB)를 한국에 들여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씨는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이고, 보는 만큼 세상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골프도 세상을 알기 위한 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김세환씨는 “가수 중 유익종씨가 퍼트를 가장 잘 한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연예인들은 대체로 골프 실력이 뛰어난 편이다. 자유 시간이 많아 집중적인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수들이 골프를 잘 치는 편이다. 음악과 골프 스윙 모두 리듬감이 매우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는 맞춤 클럽 MFS골프의 연예인 골프단에서 7년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연예인 골프계의 ‘X파일’도 풀어놓았다.



“가수 중에서는 하숙생을 불렀던 최희준씨가 선구자 격이었다.그는 골프에 대한 집념이 대단했다. 윤항기씨도 골프를 무척 좋아했는데 연습 스윙이 아주 멋졌다. 그런데 실제 스윙은 ‘아니올시다’였다. 가수 서수남씨는 어드레스를 한 상태로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면서 입맛도 쩍쩍 다셨다. 최백호씨는 노래는 천천히 잘 하는데 성질이 얼마나 급하던지 볼을 티에 놓자마자 공이 사라져 버린다. 배철수·권인하·최성수씨도 볼을 잘 친다. 특히 최성수의 폼이 매우 아름답다. 유익종씨와 ‘고니’를 부른 이태원씨는 퍼트의 귀신이다.“



김씨는 구력은 원로급이지만 골프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한 달에 평균 한두 차례 라운드를 한다. 장타자도 아니지만 장타자를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그냥 또박또박 치는 스타일이다. 베스트 스코어는 84타.



그래도 그는 자신의 골프에 대해 자랑스러워 한다. “매너는 싱글에게도 안 진다”는 것이다. 김씨는 “항상 라운드 시작 전 동반자에게 ‘저는 잘 치지는 못해도 재미있게는 칩니다’고 말하는 게 버릇”이라고 밝혔다. 스코어에 연연해 짜증을 내는 사람을 만나면 답답하다고 했다. 그래서 “골프에 막 입문한 사람을 만나면 ‘스윙 실력보다 매너를 꼭 배우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잘하는 것이 또 있다. 헤드업을 안 하는 것이다. “머리 안 들면 되는데 그것만큼 쉬운 것이 어디 있느냐”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나는 욕심이 없다. 100개 치면 어떻고, 200개 치면 어떤가. 맑은 공기 속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골프이며, 벙커나 해저드에 들어가서도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와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골프다. 골프의 매력은 낮은 타수가 아니라 축약된 인생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김세환씨는 어려움을 거의 겪지 않고 살았다. “가요계에서 나처럼 평탄하게 산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성인이 된 이후엔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조그만 풍파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견뎌냈던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러다 보니 60세가 넘어도 귀공자 같은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김씨는 “봄이 오는데 필드에 한번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성호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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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제원 골프팀장 newspoet@joongang.co.kr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일간스포츠 최창호 차장 chchoi@joongang.co.kr

문승진 기자 tigers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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