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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새 중심에 거친 남자, 기성용

중앙일보 2011.03.25 00:19 종합 28면 지면보기



오늘 온두라스와 평가전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맨 오른쪽)이 북중미의 강호 온두라스와 친선 경기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직접 볼을 차며 선수들에게 경기 상황에 따른 포지션을 설명하고 있다. 조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에게 박지성처럼 경기 템포 조율을 맡기 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성용



축구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 기성용(22·셀틱)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기성용은 2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온두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대표팀의 조타수를 맡는다.



축구대표팀 조광래(57) 감독은 24일 “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워 경기 조율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의 경기 조율은 박지성(30·맨유)이 맡았다. 박지성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경기 템포를 조절했다. 박지성은 은퇴했고, 기성용이 대표팀의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기성용은 2009년 9월 5일 요르단과의 친선 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은 허정무(56·현재 인천 감독)였다. 하지만 스무 살의 기성용은 완성된 선수가 아니었다. 1m86㎝·75㎏의 당당한 체격, 공격진으로 한 번에 연결되는 빨랫줄 패스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은 그에게 ‘기라드(잉글랜드의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에 빗댄 별명)’라는 애칭을 안겨줬다. 그러나 몸을 사리는 듯한 수비는 늘 약점으로 지적됐다.





















 2010년 1월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한 기성용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거친 켈트족의 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스코틀랜드 리그는 기성용을 얌전히 놓아두지 않았다. 태클을 당해 쓰러진 선수가 고통을 호소하면 홈팬이 먼저 “겁쟁이, 엄살 피우지 말고 일어나!”라고 외치는 곳이 스코틀랜드다. 기성용은 살아남기 위해 달라져야 했다. 그는 거친 사나이로 변해 갔다.



 지난해 9월 23일. 기성용은 인버네스와의 리그컵 3라운드 경기 후반 6분에 상대 팀의 리 콕스에게 거친 태클을 해 경고를 받았다. 소속팀의 닐 레넌(40) 감독조차 “발이 높았다”고 인정할 만큼 위협적인 파울이었다. 그 경기는 기성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증명했다. 이후 기성용은 주전으로 성큼 도약했다. 미국 스포츠사이트 블리처 리포트는 23일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였던 지네딘 지단의 후계자 25인을 선정하며 기성용을 12위에 올렸다. 셀틱 이적 1년 만의 일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내로라하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테스트를 받았다. 하지만 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선수는 기성용뿐이다.



 기성용은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와의 친선 경기부터 지난 2월 터키와의 친선 경기까지 조광래팀이 치른 11경기에 개근했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기성용이 유일하다. 대표팀에서의 영향력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성용은 총 273회의 패스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대표팀 공격이 기성용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태클도 10회로 팀 내 1위였다. 전문 수비수보다 많은 태클을 하며 수비에서도 팀에 크게 공헌했다.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도 책임졌다.



 조 감독은 온두라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성용이 허리에서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줘야 브라질로 가는 길이 순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9월 2일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에 돌입한다. 기성용도 조 감독의 뜻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수비수에게서 볼을 넘겨받아 공격수에게 넘겨주는 것이 나의 임무다.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임무를 제대로 해내고 싶다”며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자처했다.



 한편 온두라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8위(한국 29위)에 올라있는 북중미의 강호다. 이번 방한 멤버 중에는 기성용의 팀 동료인 왼쪽 수비수 에밀리오 이사기레(25)가 핵심 선수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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