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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비자금, 다국적 석유기업 위협해 마련

중앙일보 2011.03.25 00:17 종합 16면 지면보기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측근들이 2009년 리비아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15개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을 소환했다. 측근들은 경영진에게 15억 달러(약 1조6800억원)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리비아 정부가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발생한 팬암기 폭파 테러의 희생자들에게 배상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는 위협이 뒤따랐다. 일부 기업은 항의했으나 많은 기업이 리비아에서 사업하기 위해 그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는 분위기였다고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4일 미 관리들과 국무부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NYT 인터넷판 보도

 미 관리들은 “미국이 2004년 리비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푼 이후 리비아에는 부패와 뇌물 강요, 정경유착이 일상사가 됐다”며 “다국적 석유기업과 이동통신업체 등이 리비아 시장에 진입하며 카다피와 그의 측근들이 ‘계약 수수료’나 ‘상담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달라고 요구하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의 2009년 비밀 전문은 “리비아는 카다피 일가나 측근들이 막대한 부를 독점하는 도둑 정치(kleptocracy)의 나라”라고 평가했다. 2004년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 뒤 리비아에는 보잉·레이시온·코노코필립스·옥시덴털·캐터필러·핼리버턴 등 미 기업들이 진출했다.



 NYT는 “카다피 일가와 정권은 그 뒤 이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도움으로 현금 수백억 달러를 포함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고 전했다. 리비아 국부펀드가 보유한 자산만 700억 달러에 이른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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