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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황혼기 접어든 바둑계 … ‘젊은 피’ 수혈 급해

중앙일보 2011.03.25 00:18 종합 31면 지면보기



한국기원 개혁 깃발 든 양재호 신임 사무총장





한국기원 새 사무총장이 된 양재호(48) 9단에게 바둑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기원 허동수(GS칼텍스회장) 이사장은 22일 이사회에서 양 9단에게 한국기원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의 임무를 맡겼고 양 9단은 이를 수락했다. 양 9단은 제1회 동양증권배세계대회에서 우승하던 20대 때는 ‘울산의 수재’로 불렸다. 바둑TV의 명해설가이고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총감독으로 전 종목 금메달 획득의 금자탑을 이뤘다. 그러나 신임 사무총장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부드러운 외모와 다른 그의 ‘개혁’ 이미지 때문이다. 23일 만난 양 9단은 “바둑은 지금 황혼이다. 명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위기를 극복해 국민 스포츠로 되살려 내는 일에 나를 불사르고 싶다”고 굳은 결의를 표명했다. 그의 바둑 얘기를 들어본다.



-사무총장은 방송 해설은 물론 경기 출전도 안 된다. 프로기사로서 아쉽지 않은가. 수입도 많이 줄 것 같은데.



 “사무총장은 욕 먹는 자리다. 아내도 그 때문에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바둑이 잘못 되면 내 인생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일을 맡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 바둑을 홍보한다면.



 “유소년의 두뇌개발 효과는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됐다. 중독성 강한 전자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양질의 게임이다. 치매 예방에도 좋고 돈도 들지 않는 바둑은 고령화 사회에 더욱 필요한 국가적 동반자다. 정부에서도 그 점을 꼭 알아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한데 유소년 층은 물론 젊은 바둑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 그게 바둑 위기설의 본질인가.



 “그렇다. 젊은 층 유입이 줄어드는 것은 인체로 치면 실핏줄이 죽어가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 이창호·이세돌 같은 스타가 활약하니까 화려해 보이지만 그건 오랜 세월의 축적 덕분이고 곳간의 바닥이 드러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은 각계각층에 바둑 애호가들이 포진해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10년쯤 지나 그분들이 은퇴한다면 우군은 대폭 줄어든다. 이 점도 심각하다.”



-그렇다면 위기 해소 방안은 무엇인가.



 “유소년 보급, 청소년 보급, 직장바둑 활성화 등에 모든 전략의 초점을 맞춰 나가야 한다. 프로 대회는 더 재미있고 치열하게, 임기응변의 대국 일정 등 행정시스템은 팬 위주로 대폭 개편해야 하고 우선 대한바둑협회(아마추어)와의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린 기사들에게 더 많은 경기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를 위해선 한국리그를 더 키우고 새 대회도 유치해야 한다. 바둑의 스포츠토토 진입도 서둘러야 한다. 한마디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중국·일본의 수뇌부와 머리를 맞대고 룰 통합 등 공동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바둑으로 치면 지금이 승부처다 .”



-역대 총장들은 프로기사들의 복지 문제에 골머리를 썩어왔다.



 “보급에 전력하면 저절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복지를 위한 보급이 아니라 보급을 통한 복지다. 일하지 않는 복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바둑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나는 살아오면서 많은 팬을 만났고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한국기원, 바둑TV, 인터넷 바둑사이트, 프로기사, 아마기사 등은 모두 한 배를 타고 있고 그 배는 팬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이 초심을 잊지 않겠다.”



박치문 전문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양재호
(梁宰豪)
[現] 한국기원 사무총장
196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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