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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리비아·일본 원전, 그리고 북한

중앙일보 2011.03.25 00:09 종합 33면 지면보기






권혜진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사과정




전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는 리비아 사태와 일본 원전 폭발을 보면서 마치 어디서 이미 보았던 것 같은 데자뷰, 기시감(旣視感)을 받았다. 바로 북한이 떠오른 것이다. 내전이 발발하자 동족을 향해 “피의 강이 흐를 것”이라고 공언했던 카다피의 광기 속에서 3대 세습을 서슴지 않고 ‘김일성 국가’를 운운하는 독재국가 북한이 오버랩됐다. “모든 국민들은 나를 사랑한다. 그들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할 것이다”라는 카다피의 호언장담은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는 총폭탄이 되자”라는 북한의 슬로건을 연상시킨다.



 북한의 김씨 왕조는 정권 유지를 위해 수십만 주민들의 아사(餓死)와 강제수용소에서 신음하는 20만 정치범들의 희생을 필요로 했다. 아마도 북한 지도부는 이라크전쟁을 보면서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로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이번 리비아 내전을 통해 핵무기 포기는 정권 포기라는 인식이 더 고착화됐을 것이다. “조선(북한)이 없으면 지구는 있을 수 없다”던 김정일의 주장도 결코 헛된 말로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더욱 큰 문제는 북한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위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본의 원전 사고가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2년까지 영변에 건설하겠다고 공언한 100㎿ 원자로의 안전성 문제다. 현재 북한의 안전관리 기술 수준으로 볼 때 북한이 자체 기술로 원전을 짓는다는 것은 우리의 머리 위에서 시한폭탄을 만들고 있는 셈이 된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5㎿ 실험용 원자로와 폐연료봉 처리 역시 안전 사각지대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조차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목도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무능한 초기 대응과 국제지원을 거부한 책임을 목소리 높여 질타하고 있다. 원전 사고의 피해가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 유일의 고립국 북한의 원전 건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과 핵시설의 안전성이 그것이다. 리비아 내전을 보면서 왜 북한과 같은 정권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되는지도 함께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권혜진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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