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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른 역사관이 안보의식이다

중앙일보 2011.03.25 00:06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종성
사단법인 한국보훈학회 고문




일전에 백선엽 장군의 강연회에 다녀왔다. 지난해 6·25전쟁 6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된 ‘내가 겪은 6·25전쟁과 대한민국’의 연재를 끝내면서 중앙일보 측이 마련한 자리였다. 많은 인사가 참석해 큰 성황을 이뤘다. 그런데 한 가지 유감인 것은 그렇게 안보의식을 강조하던 정치권이나 정부 인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독자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고는 하지만 지도층 인사들의 관심이 적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참석자 한 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다 읽었지만 백 장군님을 직접 만나보기 위해 나왔노라”고 할 정도로 참석자 대부분이 강연을 듣지 않아도 좋을 애독자였으며, 나라를 걱정하는 시민들이었다. “6·25전쟁 60주년 기획 중 가장 성공적인 기획이었다. 그런데 정작 장군님의 노고에 대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6·25전쟁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지난날을 회고할 때면 눈물밖에는 달리 아무것도 없다”는 장군의 말씀처럼 우리 국민들은 피가 필요할 때는 피를 흘렸고, 눈물이 필요할 때는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며 정체성이며 자기긍정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한 국가도 자신의 과거나 역사를 긍정하지 않고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법이다.



 최근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지만 문제는 교육의 방향과 내용이다. 소련 비밀문건 공개로 6·25전쟁의 실상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침설이나 남침 유도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심지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요즘 학생들은 6·25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6·25전쟁의 산증인이 남긴 회고록은 정말 소중한 역사적 자료가 아닐 수 없다. 개인의 기록에 머물러 있게 해서는 안 되며 국가의 기억으로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정신적 자산이 돼야 한다.



 사학자이며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역임한 백암(白巖) 박은식 선생은 『몽배금태조(夢拜金太祖)』라는 책에서 “태어날 때부터 배우는 것이 중국 글이요, 중국 역사이니 어떻게 제 나라 국민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일찍이 국사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선생이 구한말 의병운동으로 점철된 독립운동사를 혈사(血史)라 규정한 것처럼 백선엽 장군이 말한 ‘눈물’의 역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도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고 역사를 전파했던 것이 국권 회복을 가져왔고 이후 근대화를 성취하는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내일이면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된다. 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이은 연평도 포격으로 우리는 6·25전쟁이 아직 끝난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강연회에서 백선엽 장군이 말한 것처럼 항상 준비하는 사람만이 도발을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응징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 준비는 군사적 측면만으로는 어렵다. 온 국민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투철한 안보의식으로 뭉쳐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김종성 사단법인 한국보훈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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