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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이익공유제는 포퓰리즘이다

중앙일보 2011.03.25 00:06 종합 33면 지면보기






차진용
산업선임기자




아무리 생각해도 심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23일 중앙일보 에너지포럼에서 한 말은 장관으로서 할 말이 아니었다. 최 장관은 “한전이나 설탕업체들이 이익을 내는가. 적자를 보는데도 정부에 협조하는 것은 국민 복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알아서 내려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곁들인 말이다.



 정부에 협조하는 예로 공기업인 한전을 든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설탕업체까지 끌어들인 것은 무리였다. 설탕업체들은 지난해 국제 원당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정부 눈치 보느라 가격을 못 올리는 바람에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이들 업체에 대해 미안해하기는커녕 당연시하면서 다른 업체도 본받으라고 강권한 것이다. 아픈 상처에 소금 뿌린 격이다. ‘국민 복리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라’ 한다면 어느 누가 기업을 하겠는가. 최 장관은 “정유산업은 과점시장인 만큼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최 장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현 정부 인사들의 반(反)시장적 행보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추세는 정권 출범 초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표방했던 MB 정부의 정책 기조가 ‘친서민’으로 돌아서면서 본격화됐다. 경제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부터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최 장관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돌격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형국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백화점·대형마트 등의 판매수수료를 공개해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공언했다. 많은 이익을 내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원가 자료 공개를 요구하겠다는 태세다.



 이런 분위기에 동반성장위원회를 맡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까지 가세했다. 지난달 23일 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위원회의 정식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개인 의견을 불쑥 내놓다 보니 정 위원장의 발언은 최근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초과이익공유제의 타당성 여부는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수혜자인 중소기업계조차 비현실적이라고 보기에 그렇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 위원장의 첫 발언 이후 20여 일이 지난 뒤에야 마지못해 입장을 밝혔다.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수준이었다.



 현 정부의 반시장적 발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제 유가·원자재 강세로 물가는 오르고, 주택 정책 실패로 전셋값이 뛰면서 서민경제에 주름살이 늘어나는 것과 보조를 맞추는 것 같다.



다음 달 보궐선거를 앞둔 민심 잡기를 위해 이런 추세는 가속화될 듯하다. 대기업 때리기와 서민·중소기업 편들기는 표 몰이에 유리하다. 하지만 포퓰리즘 정책은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힘으로 물가를 잡고 이익을 나누겠다는 발상은 스프링을 한 없이 누르겠다는 것과 같다. 눌린 스프링은 잠시는 모르지만 언젠가 튀어오르게 돼 있다. 남은 임기 내내 강하게 내리누를수록 다음 정부의 부담은 커지는 셈이다.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경제정책은 정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간섭하려는 모습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 재계 일부에서는 권위주의 정권 때보다 더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실적은 231억 달러로 전년(202억 달러)보다 늘어난 반면,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실적은 53억 달러로 전년(67억 달러)보다 줄었다.



차진용 산업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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