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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오토바이 배달로 베트남 시장서 돌풍

중앙일보 2011.03.25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인도서 3일 내 배송 CJ오쇼핑 … 꼼꼼한 한국식 서비스 인기
생선 포장 않는 중국 이마트 … 현지 문화 맞춤형 마케팅도





유통 세계화는 교역 1조 달러 시대의 필수조건이다. 해외 곳곳에 진출한 유통업체들의 고급 이미지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을 높인다. 세계 각국 번화가 한복판에 자리잡은 한국 백화점과 대형 마트는 그 자체가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한다. 월마트·카르푸가 각각 미국과 프랑스의 상징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유통이 나가면 한국산 제품이 따라 나가게 돼 있다. 한국 제조업체가 외국에 제값을 받고 제품을 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김숙경 연구원은 “유통업체들이 해외에서 좋은 서비스를 선보이면 한국의 이미지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며 “‘통(通)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가 유통의 해외 진출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최대 번화가인 ‘잘란 수디르만’ 대로에 자리잡은 복합쇼핑몰 라투 플라자. 지하 1층 6150㎡ 공간은 온통 롯데마트다. 매장 안에선 한국제 코멕스 플라스틱 물병이 현지 제품보다 세 배나 비싼 가격인 3만1900루피아(약 4000원)에 팔리고 있다. 델리 코너에선 ‘아양(인도네시아어로 닭) 진생’이라 써붙인 삼계탕이 인기다. 인터내셔널푸드 코너엔 한국 업체들의 고추장·간장·라면·사이다가 가득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지하 1층에서 롯데마트 이외의 매장은 딱 한 곳. 한국 생활용품업체 ‘락앤락’의 로드숍이다. 휴지통·프라이팬과 냄비까지 한국 락앤락 브랜드 제품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중국 상하이 이마트 취양점의 가전매장. 낯익은 제품들이 눈에 띈다. 한국 인기 전기밥솥 쿠쿠와 한경희 스팀청소기다. 2층에는 한국 균일가숍 다이소가 60㎡ 남짓한 매장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한국어 라벨을 그대로 달고 있다. 상하이 차오바오 지역의 이마트 차오바오점은 최근 ‘동양식품관’을 열었다. 인기 있는 제품은 김치·고추장 등 전통 한국 음식. 떡볶이 제품을 고른 주전전(朱珍珍·27)은 “한국 드라마를 자주 봐 한국 상품에 관심이 많은데 이마트 매장은 다른 마트보다 한국 제품이 다양해 좋다”고 말했다. 상하이 차오바오점 바로 옆엔 더페이스샵·이랜드·미스터피자 등 다양한 한국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 있다.









한국에선 없어진 백화점 셔틀버스. 이마트는 중국 상하이에서 십여 대의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한국 유통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눈부시다. 대형마트·백화점·홈쇼핑 등이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러시아 등 세계 곳곳으로 뻗어가고 있다. 해외 진출이 늘면서 유통업체들의 국내외 매출 비중이 확확 달라질 정도다. 롯데그룹은 유통부문 해외 매출이 2008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6000억원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 진출까지 모색 중인 신세계 이마트도 해외 매출이 2006년 2000억원에서 2010년 62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유통의 해외 진출은 단순히 유통 세계화로만 그치지 않는다. 부수효과가 많다. 우선 외국 번화가 한복판에 버티고 있는 한국 대형마트·백화점은 그 자체가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의 간판 역할을 한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남부 간다리아 지역의 5층짜리 대형 쇼핑몰 ‘간다리아 시티’의 롯데마트 매장에서 만난 이렌 누하얀피(40). 그는 “그간 카르푸 블록M점을 자주 이용하다가 지난해 9월부터 롯데마트로 바꿨다”며 “신선식품 매장과 판매 직원들의 위생상태가 어느 곳보다 깔끔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유통의 세계화는 한국산 소비재의 세계화로 이어진다. 한국 유통업체 매장 구석구석에 한국 식품·생활용품이 전시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베트남 남사이공점에선 한국산 금고가 유달리 잘 팔린다. 경쟁 대형마트엔 없는 제품이다. 현금을 은행 대신 집에 보관해 놓는 현지인들이 금고를 많이 찾는다. 집이 몽땅 타는 화재에도 한국산은 끄떡없었다는 소문이 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 유통업체들의 강점은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검증된 디테일에 강한 서비스다. 인도네시아 롯데마트 매장에서는 판매원들의 유니폼 색깔이 다르다. 축산물 판매원은 분홍색, 농산물 판매원은 초록색, 수산물 판매원은 청색이다. 다른 경쟁 마트에선 볼 수 없는 피라미드식 진열대도 한국에서 ‘물건을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결과가 입증돼 도입한 것이다.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에서만 2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문영표 롯데마트 인도네시아법인장은 “2013년까지 26개 점포를 추가로 열 계획”이라며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1조원 매출 돌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에선 국내처럼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차 대신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루 두 번 고객들로부터 접수받아 현지 직원이 고객이 구매한 비닐봉지 그대로 주렁주렁 오토바이에 매달고 배달한다.









베트남 호찌민시의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현지 직원이 고객들이 구입한 제품이 담긴 비닐봉투를 주렁주렁 달고 오토바이 배송에 나서고있다. 30만 동(약 1만6000원) 이상의 제품을 사는 고객의 물건을 무료로 집까지 배달해 준다.






 CJ오쇼핑은 인도스타TV와 50대 50으로 합작해 지난해 8월부터 인도에서 24시간 홈쇼핑 방송에 돌입했다. 처음 시작 땐 한 달 1억원에 그치던 매출이 지난해 12월엔 45억원까지 늘었다. 올해엔 한 달에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저가 제품을 주로 파는 인도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제품을 고급화했다. 여기에 한국에서 터득한 빠르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를 결합했다. CJ오쇼핑 인도는 3일 내에 배송을 완료한다. 주문 후 7~10일이 걸리는 경쟁업체보다 4일 이상을 앞당긴 것이다. 현지인들이 제품을 인수할 때 현금을 준비해 놓을 수 있도록 방문 전에 미리 배송을 알리는 서비스도 인도에선 이 업체가 유일하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롯데백화점은 한국에서 재미를 본 고객 데이터베이스 활용 기법을 살리고 있다. 한 번이라도 롯데백화점에 와서 구매한 고객 10만 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경품 마케팅도 도입했다. 일정금액 이상 사면 곽 티슈를 주는 경품엔 고객이 몰려 줄을 섰다. 모스크바점 측은 “물가는 비싸고, 생필품이 의외로 부족한 러시아에서 잘 먹히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인지도는 2008년 46%에서 2009년 63%, 2010년 76%로 상승일로다.



 현지화는 유통 세계화에서도 핵심 키다. 현지 문화와 언어를 고려한 로컬화에 성공해야 소비자들을 움직일 수 있다. 중국 이마트에선 국내에서처럼 생선·정육을 비닐에 포장해 팔지 않는다. 물이 뚝뚝 흐르게 진열해 놓고 소비자들이 만져보며 구매할 수 있도록 진열 방식을 바꿨다. 이마트 측은 “식품안전 때문에 직접 만져봐야 안심하는 중국 고객들의 니즈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CJ오쇼핑 인도는 콜센터를 힌두어·영어로 따로 나눠 운영한다. 양장보다 사리(힌두교 여성 전통의상)를 주로 입는 여성 고객들을 잡기 위해 인도 유명 디자이너의 최고급 맞춤 사리를 홈쇼핑에서 팔았다. 롯데백화점의 중국 베이징 왕푸징점은 한 개 층이었던 식당가를 두 개 층으로 늘리는 리뉴얼을 최근 마쳤다. 외식을 많이 하는 중국인의 니즈에 맞춘 것이다.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김난도 교수는 “한국 유통이 세계 격전지를 장악한다면 후방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며 “한국 제품이 더 많이 나갈 수 있고, 소비자 정보를 피드백 받아 제조업체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자카르타(인도네시아)·싱가포르·호찌민(베트남)·상하이·항저우(중국) =

최지영·이수기·임미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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