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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마스크가 기름 '만땅' 채워줬어요"

중앙일보 2011.03.22 10:28








동일본 대지진으로 이재민들에게 제공될 구호물품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이와테현 야마다(岩手縣 山田)의 한 대피소에선 기적과 같은 일이 발생했다.



22일 새벽, 대피소 앞에 주차돼 있던 주민 차량 3대에 하룻밤 새 연료가 가득 담겨 있는 것이다. 한 남성은 “자동차 시동을 거는데 연료계 바늘이 ‘가득’을 표시했다”며 “다른 차 2대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또 대피소 현관 앞에는 20리터 등유 2통이 놓여져 있었다.



이재민은 모두 170여 명. 이들은 휘발유가 부족해 시내로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등유가 거의 바닥 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간에만 난로를 사용했다. 눈 앞에 벌어진 신기한 일, 이재민들은 한목소리로 “타이거마스크가 왔었나봐”라며 환호했다.



‘타이거 마스크’는 1968년부터 1971년까지 ‘주간 소년 매거진’에 연재된 프로레슬링 만화의 주인공으로 일본인에겐 ‘의리의 사나이’로 불리는 전설적인 캐릭터다.



줄거리는 이렇다. 만화 주인공인 다테 나오토는 고아원에서 자란 후 ‘맞아주고 돈을 받는’ 폭력 레슬러조직에 들어가게 된다. 호랑이 복면을 쓰고 경기에 임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을 키워준 고아원이 경영난으로 문닫을 처지에 놓인걸 알게 된다. 이때부터 정체를 숨긴 채 기부를 시작한다. 그는 조직에 상납금을 못내 위협을 받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고아원을 챙긴다는 내용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인터넷과 트위터에선 타이거 마스크처럼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외면하지 말자는 운동이 펼쳐졌다. 트위터러는 “다테 나오토가 부활할 때다” “지금 피해지역을 위해 타이거 마스크가 나와야 한다” “후쿠시마현 고아원 아이들을 위해 힘써달라”는 등의 글을 올렸었다.



이곳 이재민들은 남몰래 선행을 한 ‘이름 모를’ 타이거마스크에게 감사함을 전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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