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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진의 거장, 카쉬전

중앙일보 2011.03.22 06:33



처칠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액자 속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신경질적인 눈매와 찌푸린 미간, 허리에 손을 짚은 채 불편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윈스턴 처칠의 사진 ‘으르렁거리는 사자’. 처칠의 카리스마가 가장 잘 표현됐다고 평가 받는 이 사진은 1941년, 무명 사진작가였던 카쉬가 촬영했다. 당시 캐나다를 방문한 영국 수상 처칠을 촬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촬영 장소에 들어선 처칠은 시가를 피웠고 한참 기다리던 카쉬는 할 수 없이 그에게서 시가를 빼앗은 후 곧바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처칠의 날카로운 표정이 그대로 담긴 이 사진은 카쉬에게 인물사진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주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는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햅번,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자개 가구 앞에 선 재클린 캐네디,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어니스트 헤밍웨이, 입을 가리고 장난스럽게 웃음짓는 무용수 루돌프 누레예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사진들은 모두 카쉬의 작품이다. 그의 사진은 주인공의 인생을 사각형의 프레임 속에 그대로 옮겨놓거나 혹은 전혀 생소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사진 속 인물과의 ‘소통’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담아냄으로써 관람객과의 ‘공감’을 이끌어낸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의 작품들은 어떠한 미적 가치관이나 비평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유섭 카쉬(1908~2002)의 사진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는 26일부터 5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전’에서다. 2009년 카쉬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보다 규모가 한층 커지고 풍성해졌다.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4000여 장의 카쉬 작품 중 작가의 작품경향을 살필 수 있는 대표작을 중심으로 총100여 점을 엄선해서 전시한다. 전시작 중 80% 이상이 지난 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작품이다. 디지털 프린팅이 아닌 캐나다 유섭 카쉬 재단이 소장한 오리지널 빈티지 필름으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전시는 세 가지 코너로 구성된다. 첫 번째 코너에서는 카쉬 작품 세계의 핵심인 ‘20세기 인물사진’을 조명한다. 오드리 햅번, 윈스턴 처칠, 알버트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유명 인사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만날 수 있다. 위대한 인물을 작품으로 남기고자 했던 카쉬의 남다른 열정과 그만의 독창적인 촬영 기술을 담은 시대별 인물사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전시에서는 볼 수 없던 앤디 워홀, 넬슨 만델라, 마르크 샤갈, 엘리자베스 테일러, 월트 디즈니 등 시대를 대표하는 명사의 사진이 추가 전시된다. 사진 속 명사들의 일대기와 카쉬가 직접 기록해 놓은 촬영 당시의 자세한 에피소드는 20세기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두 번째 코너에서는 카쉬가 특히 애정을 갖고 촬영했던 ‘손 사진’이 전시된다. 사람의 성품과 직업에 따라 달라지는 손의 느낌을 사진 속에서 느낄 수 있다. 마지막 ‘풍경사진’코너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캐나다의 산업발전 시대를 살았던 카쉬의 생생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전시회 일정과 작품 소개 등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www.karshkorea.co.kr), SNS 미투데이(@karshkorea)와 트위터(@karshkorea)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관람료는 성인 9000원, 학생 8000원.

▶문의=1544-1681





[사진설명] 카쉬가 찍은 윈스톤 처칠.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사진=카쉬 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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