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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필살의 머리박기와 빈삼각

중앙일보 2011.03.22 00:27 경제 19면 지면보기
<본선 8강전>

○·왕레이 6단 ●·허영호 8단












제12보(122~130)=다급한 초읽기 때문에 분위기는 뜨겁다. 생과 사는 50대 50이라고 한다. 이럴 때 ‘공격’이 ‘타개’보다 유리하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단순 공격이 아니라 ‘필살’의 입장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직 잡아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을 의미한다.



 122의 후퇴는 허영호 8단으로서도 뜻밖이었을 것이다. 순간 무섭게 굳어 있던 허영호의 얼굴이 살짝 펴진다. 사실 백은 팻감이 없다. A의 단수조차 흑은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참고도’ 백1로 잇고 버틸 수는 없을까. 흑2로 끊겨 무리다. 흑4의 패에 백은 A로 이은 뒤 B라는 최후의 팻감을 쓸 수 있다. 그러나 흑엔 C의 팻감이 또 있다. 좌변을 다 잡아도 이 석 점이 떨어지면 바둑을 진다.



 123 따낼 때 124로 급소에 치중하는 수가 왕레이 6단이 준비한 마지막 승부수였다. 124엔 125의 머리박기. 129엔 130의 빈삼각. 최악의 행마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직선으로 잡으러 가는 왕레이의 바둑이 문득 ‘재미있다’는 느낌을 준다. 허영호라는 강자와 대결하며 초반과 중반엔 다양한 아웃복싱(사석전법)을 보여 주더니 지금은 가차 없는 인파이팅으로 ‘올인’을 선언하고 있다. 승부사로서 그의 미래가 밝게 느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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