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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본인 질서의식, 교육에서 나온다

중앙일보 2011.03.22 00:23 종합 33면 지면보기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




이웃 나라 일본이 사상 최대의 강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고통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파손된 원자력 발전소가 일본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절망과 공포의 도가니 속에서도 일본인들은 특유의 질서의식을 발휘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몇 해 전 고베 지진 때도 이런 모습은 목도되었지만 그때는 그저 국지적인 피해니까 그러려니 했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수십의 인명을 앗아간 강진을 겪은 적이 있다. 당시 파손된 상가에서 벌어지는 절도행각을 보며 ‘선진국의 시민들도 큰 재난 앞에서는 별수 없구나’라고 탄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접하는 일본인들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다. 절도는 고사하고 공황 상태로 인한 무질서나 극단적인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 한 외국인 목격자는 ‘섬뜩하리만큼 냉철하고 절제된 대응’이라고 표현했다. 피해지역도 아닌데 방사성 물질에 대한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일본인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답은 일본의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일본은 교육을 통해 공중도덕과 질서를 유난히 강조한다. 일본의 아동들이 동네의 탁아시설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정돈·정숙·청결 등이다. 세 살도 안 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돌아와 신발을 정리하고 손을 씻고 나서 식탁에 앉아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치는 모습은 숙연하기까지 하다.



 일본의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에서는 도덕 교육이 매우 중시되고 있다. 우리의 ‘바른생활’이나 ‘도덕’처럼 별도로 교과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 활동 전반에 걸쳐 도덕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도덕 교육에 대한 지도의 책임 역시 교장·교감·담임·교과교사 모두에게 있다. 도덕 교육을 교육의 기본이자 핵심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일본의 도덕 교육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출발점으로 한다. 도덕 교육이 목표로 하는 주요 덕목들은 사회의 질서와 규칙 준수, 법 존중, 공중도덕, 사회봉사, 책임완수 등이다. 부모에 대한 효도와 교사에 대한 존경, 그리고 애국 등도 특기할 만하다. 그렇다고 국수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개인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한다는 점 또한 일본 도덕 교육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일본은 도덕 교육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가르치며, 그 과정에서 적절한 훈육을 허용한다. 이런 교육을 통해 일본인들은 공공의 선을 위해 개인의 욕구를 자제하고 권리의 주장보다는 의무의 이행을 앞세우는 자세를 배우는 듯하다.



 필자에게 일본을 맹목적으로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일본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일본에도 온갖 종류의 범죄자들이 있고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폭력배 조직도 있다. 일본의 학교에도 음주·흡연·성·폭력 등의 문제는 존재한다. 하지만 국난의 위기상황에서 표출되는 일본인들의 성숙된 시민의식,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일본의 교육은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



 일본의 질서의식을 전체주의의 잔재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훈육을 허용하는 도덕 교육을 학생인권의 침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일본인들의 질서정연한 대응이 강요된 것이라면 모르되 자발적인 행위에 대해 전체주의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공중도덕의 교육을 위해 학교가 사용하는 적절한 훈육을 인권의 침해라고 본다면 이는 학생 인권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에로의 진입을 염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성패의 관건은 결국 교육에 있는 것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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