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건모 탈락시켰으면 잔인했을 거라고 ?

중앙일보 2011.03.22 00:17 종합 24면 지면보기



MBC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후폭풍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가수들. 왼쪽부터 정엽, 김건모, 백지영,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이소라는 사정상 사진 촬영에 불참했다.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프로그램의 원칙이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MBC ‘우리들의 일밤’을 총지휘하는 김영희 CP.



MBC ‘우리들의 일밤’의 화제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원칙 파기’ 후폭풍을 맞고 있다. 20일 방송에서 애초 예고했던 ‘7명 중 1명 탈락’을 지키는 대신 꼴찌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기로 결정하면서다. ‘서바이벌’과 공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평가단을) ‘1000개의 귀’로만 보고, 500개의 뇌로는 보지 않은”(@jsjeong3) 결정, “규칙의 변경과 변명은 합의에 의해서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이 땅에 요원하다”(@chinablue9)는 등의 반응이다. 포털 다음 ‘아고라’에선 제작진 교체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코너를 기획한 김영희 CP는 ‘일밤’의 히트작인 ‘이경규가 간다’와 공익 예능 ‘느낌표’ 등을 지휘한 MBC 스타 PD 출신. 때문에 ‘방송을 잘 아는 김영희 CP가 왜 이런 무리수를?’ 하는 의문이 생긴다.



# 도전은 없고 순위 매기기만?



 방송 관계자들은 “가수들이 서바이벌 출연에 동의해 놓고 막상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에 놓이자 제작진에 타협을 요구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녹화 거부까지 벌어진 형국에 김 CP가 마냥 ‘원칙 고수’를 주장하긴 힘들었을 거라는 것이다.



 문제는 왜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 됐냐는 것이다. 기성 스타들이 출전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해외에 적지 않다. tvN이 포맷 방송하는 ‘오페라스타’(26일 첫 방영)는 영국·미국 등에서 무리 없이 히트했고, MBC 에브리원이 준비 중인 ‘댄싱 위드 더 스타’(하반기 방영)에서도 출연자들은 탈락을 ‘쿨’하게 받아들인다.



 ‘오페라스타’를 기획한 이덕재 국장은 “‘나가수’의 문제는 가수들이 다른 분야(예컨대 오페라)에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전문 분야에서 순위 매기기를 당하는 포맷 자체”라며 “섭외도 쉽지 않았겠지만 초반부터 무리가 확인된 격”이라고 했다. 서바이벌 쇼의 대전제인 ‘도전’의 기쁨은 없고 생존경쟁의 엄혹함만 강조하는 상황에서 출연자들이 부담을 느꼈을 거란 해석이다.



# 한국형 서바이벌로 봐달라?



 그러나 김 CP는 20일 밤 전화 인터뷰에서 ‘나가수’의 원래 취지가 ‘서바이벌’이 아니라고 말했다. “탈락은 하나의 장치일 뿐, 원래 취지는 가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좋은 무대를 선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시청자가 한번 더 최선의 무대를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 CP는 또 “첫 방송이라 출연자·제작진이 받은 충격이 커서 이를 추스르는 단계가 필요했다. 그대로 탈락시켰으면 시청자들이 ‘너무 잔인하다’ 했을 것”이라고 했다. “신인 오디션에서도 패자부활전이 있지 않느냐. 한국형 서바이벌로 봐달라”는 주문도 했다.



 그러나 이는 “기성가수들을 로마 원형경기장에 넣어버린 게 좋든 싫든 ‘나가수’가 가진 차별점”(QTV 이문혁 프로듀서)이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이다. ‘한국형 서바이벌’이 ‘연장자 우대, 기득권 카르텔’에 발목 잡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노래 잘하는 것만이 진짜 감동?



 김 CP는 “시청자가 평소 볼 수 없던 최선의 무대를 봤기 때문에 감동한 것 같다. 서바이벌 이라는 장치가 있었기 때문에 다들 신인 때로 돌아간 듯 긴장해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래가 아닌 승복의 순간에 이들은 달랐다. “편집해 달라고 할 거야.” “노래하는 가수들은 (탈락 결정을 대하는) 입장이 다르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요즘 오락프로에서 재미 이상으로 중요한 게 감동이다. 원칙을 따르지 않는 스타들의 모습은 공인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진다. 진정성 없는 무대가 과연 앞으로 감동을 주겠느냐”고 했다.



 이런 논란에도 ‘우리들의 일밤’(11.8%,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은 2주째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개편 전 시청률의 두 배를 넘었다. KBS ‘해피선데이’(20.9%)에는 뒤지지만 SBS ‘일요일이 좋다’(1부 9.9%, 7.6%)를 앞질렀다. ‘나가수’ 출연자 7명의 도전곡 음원은 음악포털 벅스 의 실시간 인기 차트 1~7위를 휩쓸었다.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 윤도현의 ‘나 항상 그대를’이 차트 1위, 7위한 김건모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는 차트에서도 7위에 그쳤다.



강혜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