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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론스타 문제에서 존재감 없는 금융 당국

중앙일보 2011.03.22 00:13 경제 8면 지면보기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2006년 봄 외환은행 본점은 요란했다. 건물 1층엔 확성기 소리가 귀를 멍멍하게 할 정도였다. 벽에는 빨간색 구호, 노조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 은행이라기보다는 여느 공장의 농성장 같았다. 당시 외환은행은 국민은행에 인수되기 직전,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5년 만에 다시 들른 외환은행의 모습은 그때와 거의 같았다. 이번엔 인수 주체가 하나금융지주란 점만 다르다.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엔 격한 내용이 많다. 노조 측은 ‘하나금융이 론스타의 탈세에 협조하고 있다’며 국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투자했다’고 비난하고 ‘하나금융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며 악담도 퍼붓는다. 하나금융이 헤지펀드의 돈을 끌어들였다고 비난하는 건 좀 과하다. 주요 주주도 아닌 데다 재무적 투자자로 들어온 것뿐이다. 게다가 ‘승자의 저주’ 운운은 지나치다. 아무리 여론 전쟁 중이라지만 금도를 넘는 건 볼썽사납다.



 그 점에선 하나금융도 자유롭지 않다. 하나금융은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한 달에 329억원의 지연배상금을 론스타에 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감독 당국이 인수 승인을 미룰 것으로 예상되자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정부가 승인해줘야 계약이 이뤄지는 딜인데 승인이 안 되면 무조건 돈을 물어주는 식의 계약을 하나금융이 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만일 그랬다면 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하나 측은 승인이 늦어질수록 론스타가 챙겨가는 돈이 많아질 것이라며 ‘국부유출론’도 슬쩍 흘리고 있다. 이런 얘기는 급한 처지를 감안한다 해도 금융회사가 얘기하기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런 혼란의 원인을 따져 올라가면 그 중심에 정부가 있다. 론스타가 대주주로서 적합한지 아닌지의 판단, 그리고 그것이 외환은행 인수 승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금융 당국은 ‘검토 중’이란 말만 몇 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인화성 강한 사안엔 입을 다무는 게 능사라 그런가. 오죽하면 시장에선 론스타 문제에 관한 한 “금융 당국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할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 당국의 존재감을 느끼게 하겠다”고 했다. 론스타는 언제까지 예외여야 하나.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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