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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물 복지국가’ 건설한 로마의 지혜

중앙일보 2011.03.22 00:12 경제 8면 지면보기






송재우
홍익대 교수




로마인들은 도로와 수도를 국가의 동맥으로 생각했다. 당시 수도 건설은 최고지도층인 재무관이나 집정관이 입안해 입법기관인 원로원에서 최종 결정했다. 건설비는 국가에서 부담하고 유지·보수는 수도사업소 같은 행정기관에서 수행했다.



 공동수조는 무료로 사용했으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은 사용한 만큼 요금을 냈다. 로마시대의 수도 건설비를 수도요금으로는 700년이 걸려야 회수할 수 있었다고 하니, 채산성은 거의 무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로마인은 ‘사람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문명(civilitas)’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국가가 세금을 받고 있는 이상 인프라는 당연히 국가가 담당해야 할 분야로 생각했다. 로마 정치가인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는 안정적 물 공급체계 확립을 위해 기원전 312년 총길이 1만7000여㎞, 하루 송수량, 7만t의 수도를 처음 착공했다.



 로마인들이 수도 건설에 집착한 것은 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훌륭한 문명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인식하고 로마뿐만 아니라 식민지 전역에 걸쳐 동일한 수준의 수도를 건설했다.



 이후 로마에 총 10개의 수도가 건설됐으며, 하루 송수량 20만t의 거대한 수도시설이 완성돼 1인당 하루 급수량이 1t으로 누수량을 절반으로 잡아도 현대 대도시와 같은 수준의 물을 공급했다.



 이러한 수도시설은 위생적으로도 매우 중요했다. 깨끗한 물을 마시고, 깨끗한 물로 음식 재료를 씻고, 매일 공중목욕장에서 몸을 깨끗이 했다. 지금도 로마시대 도시국가의 유적에서 그들의 위생적인 물 관리 시스템을 볼 수 있다. 로마 천년 역사상 통치 지역이 광대하고 통치한 세월이 장구했음에도 악성 전염병이 유행한 일이 매우 적었음은 놀랄 만한 일이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 노예의 노동력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물레방아나 풍차를 널리 이용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그로부터 20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을 생각하면, 깨끗한 물의 안정적인 공급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꼭 필요한 공공사업이라고 믿었던 로마인의 인식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21세기에는 어느 집에서나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는 세상이다. 물론 이 혜택을 누리려면 수도요금을 내야 하지만, 지금도 이 문명의 진보에서 소외된 국민이 우리나라에만 330만 명에 달한다. 노후화된 수도시설이 깨끗한 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협하는 등 국민 모두가 보편적 혜택을 누리지 못함에 따라 물 복지가 21세기의 중대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현시점에서 공공요금 현실화는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수도 인프라의 건설, 효율적인 유지관리가 뒷전으로 밀리고 이로 인한 부담이 후세에 전가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운다’는 격언이 있다. 오늘(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안정적인 급수를 문명이라 여기고, 물 공급 인프라를 지극히 중요한 국가의 책무로 인식한 로마인의 지혜를 되새겨 봐야겠다.



송재우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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