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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시 2004년 ‘차이나 쇼크’ 때와 닮은꼴

중앙일보 2011.03.22 00:06 경제 11면 지면보기



동일본 대지진, 미국 금리 들썩
유가도 오르자 외국인 매도 공세





증시가 안갯속이다.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진 데다 코스피지수 2000시대를 이끌었던 외국인은 어느새 ‘팔자’ 세력으로 돌변했다. 최근 들어 증시 일각에서 신중론이 힘을 받는 이유다.



 주가 흐름을 맞히는 것은 신의 영역.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증시를 둘러싼 상황이 2004년과 흡사하다며 앞으로 상승 장세가 전개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우선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유사하다. 외국인은 2003년 초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한국 주식을 23조원가량 순매수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2004년 하반기부터는 순매도로 돌아섰고, 이후 2007년까지 꾸준히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45조원가량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올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자 지난달부터 ‘팔자’ 공세를 펼치고 있다.



 대외 여건도 비슷하다. 당시 세계 증시는 이른바 ‘차이나 쇼크’의 후폭풍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2004년 4월 29일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중국 총리가 긴축을 천명하고 은행의 신규 대출을 사실상 동결하자 세계 주요 증시가 급락했다. 우리 증시도 8월까지 20%나 하락했다. 2004년 유가는 40달러를 돌파한 이후 3년간 100달러 수준까지 오를 정도로 상승세였다. 원화가치도 오름세를 이어가 2005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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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당시 주가는 단기 조정을 거친 뒤 꾸준한 상승세를 탔다. 실제 2004년 말까지 제자리 걸음을 하던 우리 증시는 2005년부터 오름세를 타면서 2006년 1421까지 상승했다.



 대외 여건은 안 좋은 편이었으나 국내 기업들이 워낙 좋은 실적을 낸 덕분이었다. 특히 기업의 이익에 비춰본 주가 수준을 의미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2004년 6∼7배에 불과했다. 현재 우리 기업의 PER이 9배로 여전히 저평가받고 있고, 기업의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당시와 닮은꼴이다. 현재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미국 경기도 2004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KTB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위원은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고 있는 글로벌 경기 흐름이 2004년보다 나은 상황”이라며 “특히 가장 중요한 기업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돼 2004년처럼 대외 악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변수도 적지 않다. 증시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받아줄 세력이 있느냐 여부다. 2004년 당시에는 ‘펀드 붐’이 일면서 외국인 엑소더스의 완충 역할을 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예전과 같은 펀드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외국인이 최근 2년간 순매수한 물량을 단기에 팔고 나갈 것 같지는 않다”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랩어카운트와 점차 자금이 유입되는 공모형 펀드가 어느 정도 매물을 소화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직 시장이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성도 떨쳐내야 한다. 투자 심리를 결정 짓는 핵심은 ‘학습효과’ 여부다. 일본 원전 폭발로 비롯된 ‘방사능 유출’은 우리 증시가 한번도 학습해보지 못한 악재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사실로 확인된 뒤에야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이라며 “현재 최악의 상황은 지났고, 앞으로 일본의 재건 수요,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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