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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재앙, 우린 뭘 배울까

중앙선데이 2011.03.20 02:08 210호 2면 지면보기
일본 열도를 뒤덮은 대재앙의 먹구름은 아직 걷히지 않았다. 오히려 짙어지고 있다. 19일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7200여 명, 실종자는 1만1000여 명이다. 6400명이 숨졌던 고베 지진의 끔찍함조차 여기에 비하면 하찮아 보인다. 하지만 이게 끝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저주 같은 뻘밭 속에 얼마나 많은 주검이 묻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거기에다 방사능 누출 공포까지 겹치면서 일본은 나라의 형태를 갖춘 이후 사실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이 이 어려움을 반드시 이겨내길 기원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인 우리부터 앞장서 그들의 손을 잡고,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한다. 이것은 일본인·한국인·프랑스인·멕시코인·콩고인처럼 특정 나라 국민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인류의 문제다.

일본의 재앙은 여러 가지를 일깨워 줬다. 무엇보다 이젠 세상이 단일 국가 단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세계화하고 있다. 싫든 좋든, 그게 우리가 사는 시대의 모습이다. 일본 경제가 치명타를 입자 세계 경제도 동시에 출렁였다. 서방 선진 7개국(G7)이 일본의 엔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즉각 개입한 건 그 때문이다. 일본 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어온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본 공장들로부터 핵심 부품을 수입하던 국내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일본 여행객이 급감해 관련 업계도 울상이다. 일본에서 방사능 물질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몰려오는 것만 끔찍한 게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리비아 사태도 마찬가지다. 카다피의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그의 광기는 중동 전체를 헤집어 놓으면서 기름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놨다. 리비아와 사업을 하던 국내 업체들이 어떤 처지에 빠져 있는지는 물으나마나다.세계화 시대일수록 국가와 국민의 품격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그 나라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전 세계가 유리알처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번 대재앙에서 일본인들이 보여준 인내와 절제는 지구촌을 감동시켰다. 세계인이 느낀 그 감동은 일본 부활의 강력한 원군이 될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여전히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이 정치 혐오감마저 드러내는 한국은 더욱 깊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위기의 순간이 오면 누군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됐든, 총리가 됐든 결국 국민이 선택한 지도자가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일본 대재앙에서 간 나오토 총리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 그의 결단이 늦어져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일견 수긍이 간다.

만일 유사한 일이 한반도에서 터졌다면 우리 정치권은, 우리 국민은, 우리 언론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일본의 대재앙을 보면서 그걸 곱씹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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