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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효과 있지만 사회적 비용 늘고 ‘老老 케어’ 부작용도

중앙선데이 2011.03.20 00:54 210호 10면 지면보기
수퍼 센터내리언(Super centenarian). 나이 110세를 넘어 한 세기 이상 사는 ‘초(超)장수 노인’을 뜻한다. 장수를 누리는 사람들은 타고난 건강 유전자에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절제된 습관을 유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조건은 심장·간·폐 등 신체 장기들의 ‘유효기간’을 늘려준다.

‘대체 장기→생명 연장’의 빛과 그늘

하지만 암 같은 질병이나 사고, 노화 때문에 장기가 손상된 사람도 수퍼 센터내리언 타이틀을 거머쥘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인공장기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해서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박상철 소장은 “인공장기 발달은 장수 인구와 평균수명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이식 분야의 발달이 가져다줄 1순위 혜택은 수명 연장이다. 신체 일부가 심각하게 손상된 환자에게 대체 장기를 이식하면 생존기간을 수십 년 늘릴 수 있다. 1992년 국내 처음으로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뒤 생존해 있는 조영희(69)씨가 산증인이다. 장기이식 발전의 혜택은 신체 기능이 퇴화된 노인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대형 사고나 난치병으로 생명이 위독한 젊은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췌장암이 간으로 전이되며 단명설(短命說)이 무성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인공 췌장과 간을 이식 받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장기이식 활성화로 고령인구의 기대수명이 늘면 국가경제에도 간접적인 기여가 예상된다. 한국골든에이지포럼 김일순 회장은 “고령자 용품·시설·복지 등 실버산업이 발달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기이식 발전에 따른 생명연장은 마냥 ‘축복’이기만 할까. 전문가들은 복지 분야와 인구 구조, 생명윤리에 휘몰아칠 부작용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선임연구원은 “수명이 늘어나 노인 인구가 늘면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국민연금 등 각종 사회보험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구인회(의료윤리학) 교수는 “건강보험 등을 통해 고비용의 장기이식 수술비용과 관리비용을 사회가 떠안을 경우 경제활동을 할 젊은 층의 부담이 증가해 세대 간 이해가 충돌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생명경시 현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구인회 교수는 “언제든 신체 일부를 교체해 생명연장이 가능하다면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기보다 생명을 경시하고, 인간을 대상화·수단화하는 풍조가 확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족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 장기이식을 받은 부모의 기대수명은 점차 증가하는데 자식이 불의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나면 장기간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이 증가한다. 결국 생활고와 고독에 지쳐 노인 자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 ‘노노(老老) 케어’라는 새로운 가족문화도 예상된다. 100세 고령 노인이 130세 초고령 부모를 부양하는 생활상이다. 결국 노인부양 문제는 정부나 공동체의 부담을 늘려 국가 전체의 활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젊은 세대가 출산을 더욱 기피하게 돼 인구구조가 역삼각형이 될 가능성도 크다. 박상철 소장은 “고령화 사회는 필연적으로 출산율 저하 문제를 안고 있다”며 “평균수명이 길어질수록 노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녀 출산을 기피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생명윤리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첫째, 법적·사회적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 수 있다. 둘째, 장기이식을 받았지만 추가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을 때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셋째, 치매처럼 고령에서 발생하는 뇌질환 ‘쓰나미’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치매 발병률은 65세 이상에서 10%지만 85세 이상에서는 40%나 된다.

인공장기 개발과 상용화 과정에도 복병은 숨어 있다. 울산대 의대 의료윤리학과 구영모 교수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들이 겪게 될 고통과 위험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이식 발전으로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제도 보완과 함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일순 회장은 “지금도 노인들은 길어진 수명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당황해하고 있다.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고 수명만 연장되면 본인도 행복하지 않고 국가도 큰 짐을 떠안게 된다”고 밝혔다. 박상철 소장은 “수명이 다한 자동차의 엔진만 갈아 끼운다고 다시 달리진 못한다. 엔진을 움직일 연료가 필요하다. 직장 정년을 늘리고 정부는 복지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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