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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물지 않은 평온, 버핏 스토리에서 길을 찾는다

중앙선데이 2011.03.20 00:04 210호 24면 지면보기
패닉 직후 평온이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7%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는 0.3% 올랐다. 이틀 연속 상승이었다. 지난주 초 패닉의 골이 다 메워지지는 않았다. 다우지수 주간 성적표는 -1.5%였고 나스닥지수는 -2.7%였다.

해외 증시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이 패닉에서 벗어나 희망을 품기 시작했지만 일본 원전 위기와 리비아·중동 사태 등의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한 듯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실제 이날 뉴욕 증시는 산뜻하게 출발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이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엔고 저지에 나서기로 한 것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어 골드먼삭스 등 대형 금융그룹들이 배당금을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지수를 더 끌어올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결의했다는 소식도 시장 분위기를 좋게 하는 데 한몫 거들었다. 이날 오전 한때 다우지수는 153포인트 솟구쳐 1만1927선에 이르렀다.

오후 들어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식기 시작했다.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일본 원전사태의 앞날과 중동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됐다. 특히 오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무아마르 카다피 쪽에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무력개입 가능성을 경고한 뒤 뉴욕 증시는 좀 더 힘을 잃었다. “미국과 유럽이 공습한 뒤 카다피 쪽이 격렬히 저항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퍼진 탓”이라고 CNN머니가 이날 보도했다.

이날 시장의 화제는 단연 미 대형 은행주들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그간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자산건전성 심사) 결과를 개별 은행에 통고했다. 골드먼삭스와 JP모건·US뱅콥·웰스파고 등은 합격점을 받았다. 그 대가로 배당과 자사주를 사들일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들 은행은 곧바로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사들이는 작업에 나섰다. 덕분에 이들 종목은 1~2.6% 정도 올랐다.

대형 금융그룹들이 마지막 남은 금융위기 흙먼지를 털어내면서 감춰졌던 속살이 한 자락 드러났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또 하나의 무용담이다. 그는 2008년 자금난 루머에 휘말려 파산의 벼랑 끝으로 몰린 골드먼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대가로 그는 37억 달러(약 4조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버핏이 골드먼삭스 경영진에 요구한 내용이었다. 그는 매년 배당금 10%에다 바닥 수준인 2008년 말 주가를 기준으로 우선주 50억 달러어치를 덤으로 사들일 수 있는 권리까지 챙겼다. 게다가 버핏은 자신이 골드먼삭스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골드먼삭스 경영진과 그들의 가족은 보유주식을 한 주도 처분하지 않겠다’는 이면 합의서까지 요구해 관철시켰다. 투자자가 위기나 패닉의 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버핏이 한 수 지도해준 셈이다.

18일 유럽 주가도 이틀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영국의 FTSE100과 독일의 DAX, 프랑스 CAC지수가 0.1~0.6% 정도 올랐다. 이처럼 주요국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자산의 상징인 미 재무부 채권값은 약세를 보였다. 이날 미 재무부 10년만기 채권값이 하락했다. 자연스럽게 금리가 전날보다 0.01%포인트 올라 연 3.28%에 달했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선 이른바 ‘비열한 투기세력(sneaky thieves)’과 G7 중앙은행의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일본은행(BOJ)과 미 FRB, 유럽중앙은행(ECB)이 엔화 매도작업을 파상적으로 벌였다. 동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벌어진 엔화 가치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미 달러와 견준 엔화 가치는 전날보다 2% 남짓 떨어졌다. 해외 투자된 일본 자금의 환류를 기대하고 엔화 사재기에 나선 ‘비열한 투기세력’은 이날 적잖이 손해봤다.

역사적으로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개입은 거의 100% 성공했다. 85년 플라자합의에 의한 달러 매도와 95년 G7의 달러 매집, 98년 미·일의 엔화 매집 이후 엔화와 달러 가치는 주요국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미 뱅크오브뉴욕 투자전략가 마이클 울포크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G7 공조 개입이 하루짜리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엔화 가치가 무한정 떨어지기보다는 달러당 80~85엔 선에서 움직이도록 유도될 듯하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평온은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18일 경고했다. 동일본 대지진 사태와 리비아 상황, 유럽의 재정위기라는 변수가 이번 주에 증시를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주초 유럽 재무장관 특별회의와 포르투갈의 재정상황 발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일정 참조>. 최근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포르투갈 재정 상황이 나쁜 것으로 나오면 글로벌 증시는 또 한 차례 휘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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