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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달콤함을 포기할 수 있을까

중앙선데이 2011.03.19 23:49 210호 35면 지면보기
낮 기온이 섭씨 14도까지 올라 봄기운이 완연한 19일 기자는 ‘자출(자전거 출퇴근)’을 다시 시작했다. 춥다는 핑계로 자전거를 베란다에 처박아 둔 지 3개월여 만이다. 탄탄했던 허벅지 근육은 물렁물렁해지고 뱃살이 올라 허리벨트 구멍이 하나 더 뒤로 밀려난 탓인지 몸이 더디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운동도 하고 교통비도 아끼면서,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일조한다는 ‘1석3조’의 자부심을 느끼며 부지런히 페달을 밟았다.

On Sunday

회사로 향하는 코스 중 유일한 오르막길인 남산순환도로를 힘겹게 지날 즈음 지붕이 물결모양인 독특한 시내버스 한 대가 지나갔다. 버스는 분명한데 배기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뒤를 쫓아가는 데도 매연을 느낄 수 없었다. 대신 지하철에서 나는 것과 비슷한 모터음이 들렸다. 지난해 12월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전기버스였다. 눈물나게 고마웠다. 굳이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안다. 디젤버스나 승용차의 꽁무니를 따라가면 매연 때문에 얼마나 숨이 막히는지를.

문득 지난해 여름 취재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서울시의 전기 시내버스 보급계획이었다. 2010년 11월 시범사업을 시작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시내 전체 운행버스의 절반인 3800대의 전기버스를 보급해 연간 14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절반도 천연가스ㆍ전기 혼합형 하이브리드 버스로 교체한다고 했다. 택시 역시 전기ㆍLPG 하이브리드형으로 바꿔나간다는 계획이다.

남대문으로 내려오면서 10년 뒤 서울을 생각해 봤다. 도시 공해의 주범인 자동차 매연이 사라지고, 밤하늘엔 별이 총총…. 공기가 나빠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데 ‘꿈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급증할 전기는 어디서 만들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34%를 원자력발전이 감당하고 있다. 당장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니 원자력 발전은 보류하고 태양광ㆍ풍력ㆍ조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생산단가가 너무 비싸다. ‘녹색성장’을 내세우는 정부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것으로 5000만 국민의 전기 갈증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지구온난화 시대에 19세기 연료가 돼버린 석탄으로 돌아갈 수도,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은 석유 발전에 의지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답은 두 가지다.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원자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과, 비싸도 절약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방법이다. 후자가 언뜻 좋아 보이긴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성장 일변도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과 미래 세대의 삶을 생각하면 지속성장과 원자력이 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기적인 인류가 과연 성장의 달콤함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인류란 지구라는 몸체가 생명을 다할 때까지 번식을 계속하는 암세포와 같다는 한 미래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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