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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희망 주는 나라

중앙선데이 2011.03.19 23:46 210호 34면 지면보기
북아프리카의 ‘재스민혁명’이 소셜 미디어란 촉매를 타고 진화적 발전을 일으켰다.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는 대규모의 젊은 인구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이용해 독재자의 실정에 봉기했다. 독재자들은 권력자의 상명하달이 통하는 전통적 사회질서가 다수의 민주적 이상주의자들에 의해 공격당해 무너져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의 초기 현상이 한국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 때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은 인터넷이란 매체와 조직력을 이용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위치에서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갔다. 3년 전엔 광우병 시위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촉발됐다. 이 시위는 처음엔 고등학교 학생들이 가담했지만 나중엔 야당 정치인과 종교계 인사들까지 가세했다. 필자가 몇 시간 동안 광우병 시위대 사이를 걸어 다니며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시위자가 중산층이며 그중 다수는 자신이 현재까지 속한 중산층이란 경제 계층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오늘의 한국을 북아프리카 또는 중국과 비교하면 어떨까.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던 분노한 젊은이들이 일으킨 대중 봉기로 부패한 독재 정권들이 전복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중국 정부와 북한 정부는 그런 뉴스가 자국민들 사이에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진정한 민주 국가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한국인들은 모든 사건을 거의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도 재스민혁명 바람에서 면제가 된 것은 아니다. 물론 한국의 부패 수준은 아시아 대륙의 이웃 국가들이나 북아프리카의 부패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한국의 경제 상황도 다른 많은 나라에 비해 양호하다. 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은 휴대전화를 비롯해 여러 인터넷 관련 통신 수단을 지구상의 어떤 국민보다 더 공격적으로 사용한다.

그렇지만 한국 젊은이의 표면 아래 모든 게 평온한 것만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한 많은 젊은이가 실업 및 불완전 고용이란 상황에 처해 있다. 동시에 (정부가 내놓는) 전반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통계 수치에도 불구하고 식품과 주거비용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든 간에 식품 비용은 한국이 제어할 수 없는 환경적·정치적·재정적 요인 탓에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식품과 주거비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부유층과 중하위층 사이의 대결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광우병 시위에서 우리가 보았듯이 대규모 시민 소요사태의 원인이 반드시 이성적이거나 사실에 근거하는 것만은 아니다. 소문과 괴상한 주장들은 인터넷을 타고 속도가 확산된다. 한 국가를 분열시키는 데 대중몰이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얼마든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중과 동떨어진 엘리트 지배 계층은 소요 사태의 진정한 원인을 빨리 인식하지 못한 채 뒤늦게 대응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좋은 의도로 실행된 경제정책조차도 그 속도와 양이 불충분한 결과로 끝나버리는 경우도 너무나 빈번하다.

한국의 경제 또는 정치 지배계층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젊은이들과 더 잘 소통할 필요가 있다. 경제계와 정치계의 양 분야에서 청년들에게 의미 있는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의 젊은이들이 아랍의 예를 따르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정부 기관들은 군중 통치(mob rule)에서 안전하다. 하지만 만약 현 정권이 청년층을 위해 진정 의미 있는 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예기치 않게 민주주의 방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될 수 있다. 




톰 코이너 미국인인 필자는 1975년 평화봉사단으로 처음 한국에 왔다. 왕립아시아협회(Royal Asiatic Society) 한국지부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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