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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Insight]Soojin Kwon Koh “일터의 도전적 과제, 손들고 자원하세요”

중앙일보 2011.03.19 03:05 주말섹션 8면 지면보기



미시간대 경영대학원(로스 스쿨) 입학처장 수진 권 고의 ‘명문 MBA 뚫는 비법’





상당수의 젊은 직장인이 미국 일류 대학의 경영대학원 진학을 꿈꾼다. 옛날보다는 희소성이 떨어진다지만 그래도 미 최상위권 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으면 진출 가능한 분야가 넓어지고 몸값도 올라간다. 세계 주요 기업의 고위직에 동문이 즐비하다는 것도 매력이다. 서울 강남의 MBA 학원이 붐비는 이유다. 하지만 일단 도전을 결심하면 그때부터 좌절이 시작된다는 게 많은 지원자의 얘기다. 치러야 할 시험과 갖춰야 할 자격요건이 만만치 않아서다.



 이른바 ‘톱 비즈니스 스쿨’ 중 하나인 미시간대 경영대학원(로스 스쿨)의 입학처장인 수진 권 고의 경력을 보면 아예 말문이 막힌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예일대 경제·정치학 통합과정을 우등으로 졸업한 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석사과정을 밟았다. 졸업 후엔 미 대통령령으로 만들어진 정부 인재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돼 미 상무부 장관실과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미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예산·정책 분석관으로 근무했다. 다시 미시간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고, 대형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에 들어가 5년여 동안 대기업들을 상대로 경영 조언을 했다. 도대체 이런 사람의 눈에 들려면 어떤 경력과 성적표를 들이밀어야 할까. 한 달여에 걸쳐 그와 여러 통의 e-메일을 주고받으며 궁금증을 풀어봤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다.





●어떤 기준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나.



 “크게 세 가지다. 학업 능력, 경험, 그리고 학교와의 궁합을 본다. 대학 평균 학점(GPA)과 경영대학원 입학시험(GMAT) 성적은 학업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요소다. 외국인 지원자는 토플 성적도 내야 한다. 영어가 얼마나 유창한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다른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도 따진다. 자신이 일했던 산업·직무 분야에 대해 탄탄한 지식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래서 대학을 갓 졸업해 사회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은 잘 뽑지 않는다. 학교의 학풍과도 잘 맞아야 한다. 로스 스쿨의 경우 학습과정에서 협업을 대단히 중시한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원자의 영어 실력도 그래서 중요하다. 모든 학생이 학습 프로젝트의 ‘단순 참가자’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팀을 이끌고,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의 첫 관문은 GMAT이다. 영어 독해를 제법 하는 사람도 논리적 추론 능력이 없으면 못 푸는 문제가 태반이라고 한다. 수학·논술 시험도 봐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시험은 영어로 치러진다. 영어로 된 시험에서 미국인 지원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GMAT 고득점을 했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토플·에세이·추천서·면접 등 난관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GMAT·토플 등의 시험에서 신경써야 할 점은.



 “분야별로 고른 점수를 내야 한다. GMAT은 언어, 수리, 분석적 글쓰기 영역으로 구성돼 있는데 총점이 높아도 한 분야에서 약점을 드러내면 좋지 않다. 우리 학교의 경우 토플은 120점 만점에 아무리 못해도 100점 이상은 받아야 한다(그는 100점이 ‘최저 점수’라고 말했다). 토플 역시 읽기·듣기·말하기·쓰기 점수가 고르게 잘 나와야 한다. 만약 말하기 영역 점수가 뚝 떨어지는 지원자라면 우리 학교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유명 기업들이 우리 졸업생을 채용할 때 영어는 당연히 유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가 이 부분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에세이(자기소개서·진로계획서 등)는 어떻게 써야 하나. 뭘 가장 유심히 보나.



 “신빙성(authenticity)이다. 자신의 얘기를, 스스로의 언어로 썼는지를 가장 먼저 따진다. 이따금 서로 다른 지원자가 제출한 에세이가 아주 흡사한 경우를 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입학심사위원회가 이런 얘기를 듣고 싶어하겠지’라고 생각해 이에 맞춰 쓰는 경우다. ‘에세이 컨설턴트’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이유다. 심지어 대신 써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인 지원자 중 에세이는 훌륭한 영어로 썼는데, GMAT·토플의 작문 성적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사람을 가끔 발견하게 된다. ‘에세이 쓰는 법’ 등의 책이 늘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관련 정보가 많아진 탓도 있다. 그래서 올해 입학 심사에서는 에세이 비중을 낮췄다.”



●추천서도 내야 한다던데.



 “우리가 추천서를 통해 알고 싶은 것은 지원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부분이다. 교수·친구·가족의 추천서를 권장하지 않는 이유다. 가장 선호하는 것은 직속 상사가 쓴 추천서다. 지원자의 업무 능력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추천서를 받아오는 사람이 있는데 솔직히 별 도움이 안 된다. 회사 고위층은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인재’라는 찬사만 늘어놓고 근거는 대지 않는 추천서도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다. 이러면 다른 지원자들이 낸 추천서에 비해 절대 돋보일 수 없다. 추천인의 영어 실력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는 지원자를 평가하지, 추천인을 평가하는 게 아니다.”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자질은.



 “솔직히 말해 우리의 요구 수준에 적합한 지원자 수가 우리가 받아줄 수 있는 학생 수보다 훨씬 많다. 아시아 국가 출신 지원자들의 경쟁이 특히 치열하다. 이럴 때 우리가 눈여겨 보는 부분이 지원자의 대인관계 능력과 리더십이다. 헌신적인 태도와 열린 마음, 열정과 호기심, 겸손함도 중요한 자질이다. 면접에서는 이런 요소들과 함께 지원자의 프로 근성과 성숙도도 본다.”



●이런 자질은 어떻게 갖춰야 하나.



 “(일터에서) 도전적인 과제가 생길 때마다 손을 들고 자원하라. 자신이 속한 팀이나 프로젝트를 이끌 기회가 생기면 주저 없이 적극적으로 나서라. 무엇보다 자신이 한 업무에 대해 상사에게 끊임없이 피드백을 부탁하고, 이들 약점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아라.”



●한국인 지원자의 특징은. 한국인 재학생은 몇 명인가.



 “한국인 지원자는 GMAT 점수가 전체 지원자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다. 다만 에세이는 앞서 말한 문제점이 드러날 때가 간혹 있다. 한국인 지원자는 한국의 최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많다. 재학생 중 한국인은 풀타임 MBA 기준으로 30명이다. 정원(980명)의 3%쯤 된다.”



●다른 나라 출신과 비교해 한국인 학생의 학업 성취도는.



 “출신국에 따라 학업 성취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회사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엔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더라. 회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따오도록 요구하는지 여부에 따라 성취도가 확연히 갈리는 편이다.”



●학교의 순위를 신경 쓰는 지원자가 많다. 학교 순위가 졸업생의 취업 등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나.



 “미 경영대학원에 대한 평가 순위표는 정말 여러 종류다. 찾아보면 알겠지만 어떤 발표에서 1위를 차지한 학교가 다른 조사에서는 순위가 뚝 떨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평가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원자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뭔지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졸업 후에 어떤 분야에 진출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라면 학교 순위보다는 졸업생의 분야별 취업 구성 비율을 살펴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로스 스쿨의 강점은 뭔가.



 “우리는 이론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것을 중시한다. 이를 ‘행동기반 학습’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 발휘 능력을 키워 졸업하기를 바란다. 로스 스쿨의 핵심 교육과정 중에 ‘MAP’라는 것이 있다. 일종의 컨설팅 프로젝트다. 4~6명의 학생이 팀을 이뤄 실제 존재하는 기업이나 비영리단체가 직면한 도전적인 문제에 대해 7주 동안 연구하게 된다. 이 밖에 법학·교육학·공공정책학 등 미시간대의 다른 20여 개 대학원 과정에 참여해 복수 학위를 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매킨지·딜로이트 같은 대형 컨설팅 회사와 UBS·씨티 등의 금융사, 델·시스코·아마존 같은 기업이 우리 졸업생을 많이 채용한다. 삼성도 그중 하나다.”



●왜 MBA인가. MBA가 되면 뭘 얻을 수 있나.



 “개인적 경험에 비춰볼 때 나는 MBA가 최고의 대학원 과정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어떤 분야에도 통용되는 보편적인 기술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조직을 관리하고 이끌어나가는 데 필요한 기술 말이다. 물론 주로 기업 전문가를 키우는 과정이긴 하지만 정부·교육·의료·비영리단체 등 어느 영역에 진출하더라도 MBA 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과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사, 미 상원 예산위 분석관, 딜로이트 근무 … ‘엄친딸’ 수진 권 고











"소수민족보다 여성으로서 어려움 더 컸다”




수진 권 고는 1971년 미국 땅을 처음 밟았다. 세 살 때다. 한국 소녀 권수진은 미국인 ‘수진 권’이 됐고,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남편 석규 고와 96년 결혼하면서 다시 ‘수진 권 고’가 됐다.



●영어 이름은 없나?



 “없다. 평생 한국 이름을 써왔다. 어릴 때 만났던 한국계 친구들의 상당수는 미국 이름으로 바꿨다. 부모님이 다른 애들처럼 이름을 바꾸고 싶은지 물었을 때 그러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내 정체성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혼 전 성을 미들네임(중간 이름)으로 쓰는 이유가 있나.



 “같은 이유다. ‘권씨 가문의 일원이라는 것’도 내 정체성의 일부다. 그래서 항상 나를 소개할 때 ‘수진 권 고’라고 말한다. 가끔 발음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학력·경력이 화려하다. 어린 시절은 어땠나.



 “내가 맏딸인데 아버지는 나를 ‘맏아들’처럼 강하게 키웠다. 남자 아이들처럼 잔디도 깎게 하고, 각종 스포츠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했다. 중학교 때는 테니스부 주장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성취의 중요성과 책임감도 강조했다. 또 실용적인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이런 교육방식은 내가 꿈의 크기에 한계를 두지 않게 만들었다. 물론 힘든 점도 있었다. 대학에 들어갈 때 나는 영문학·사회학·음악 중에서 전공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내가 좀 더 실용적인 공부를 하길 원했다. 직업을 가질 때 도움이 되는 학문 말이다. 그래서 타협을 본 것이 예일대의 경제·정치학 과정이었다. 내 여동생도 예일대를 졸업했는데 음악을 전공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와는 달리 반대를 하지 않았다. 당시엔 좀 서운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내게 어울리는 길을 걸어온 것 같다.”



●아버지는 어떤 분인가.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한전에서 일하셨다. 미국에 와서는 자동차 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포드자동차에서 근무하다 2001년 퇴직했다.”



●당신의 원래 꿈은 뭐였나.



 “대학에 가기 직전엔 월스트리트의 금융사에서 일하게 될 줄 알았다. 대학에 들어가 생각이 달라졌다. 정책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사실 대학 졸업 후에 부모님의 권유로 로스쿨에 원서를 넣었는데, 부모님 몰래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도 함께 지원했다. 나는 하버드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하고 싶었다. 이번엔 내가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었다.”



●미 정부·의회에서 일했는데 인종 문제로 어려움은 없었나.



 “인종보다는 성별로 인한 어려움이 더 컸다.”



●무슨 뜻인가.



 “공공·민간 부문에서 모두 일해봤지만 둘 중 어느 곳도 역할 모델이 될 만한 여자 선배가 많지 않았다. 주요 보직의 대부분이 남자로 채워진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않나.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사회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도 다르더라. 남자들은 일이 끝나면 같이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러 다니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여자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애가 생기면서 어려운 점이 더 많아졌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새벽 5시30분에 일터로 뛰어나가야 했고, 애들이 잠든 늦은 밤에도 일해야 했다. 그나마 부모님이 가까운 곳에 사셔서 급한 일이 생기면 아이들을 부탁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을 계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MBA는 왜 했나. 컨설팅 회사에는 왜 들어갔고, 왜 나왔나.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부문에서도 경험을 쌓고 싶었다. 컨설팅 회사 근무를 통해 프로젝트를 관리·분석하는 능력과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남에게 조언하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왔다.”



●경영대학원의 입학처장이 된 이유는.



 “내가 실제로 공부했던 MBA 과정에 지원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입학처는 학교의 명성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재학생의 수준과 졸업생의 성공 여부가 그 학교가 어떤 곳인지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j 칵테일 >>



마라톤 풀코스 다섯 차례 뛰기도




수진 권 고는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다섯 번 완주했다. 이 중 두 번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뛰었다. 왼쪽 사진은 2006년 보스턴 마라톤 때의 모습이다. 그는 “보스턴 마라톤을 준비할 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운동화 끈을 묶었다”고 말했다. 트라이애슬론(수영·사이클·마라톤을 한꺼번에 하는 경기)도 하고 있다. 그는 “트라이애슬론에 처음 참가했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며 “어릴 때부터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물에서 수영하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했는데 이를 스스로 극복해 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은 것일까. 수진 권 고도 자신의 두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있다. 각각 일곱 살, 다섯 살 때부터 마라톤을 하게 했다. 현재 아홉 살, 일곱 살인 두 꼬마는 벌써 5㎞ 코스를 네 번씩 달렸다고 한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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